분만후 정신적 안정 취하고 몸 따뜻하게
한여름인데도 불구하고 춥다며 긴팔을 입는다던지, 선풍기나 에어컨 바람을 싫어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 중에는 주로 산후에 이런 증상이 생긴 경우가 많다. 즉, 산후풍으로 인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한방에서는 출산 후 몸조리를 잘못해서 산모에게 나타나는 여러 증상을 산후풍이라고 한다. 이 산후풍은 자연유산이나 인공유산 후(일명 소파수술) 발생하는 여러 가지 증상도 포함하고 있다.
산후풍은 몸이 완전한 상태로 회복되기 전에 풍한(風寒) 즉, 찬바람이나 찬물에 접촉된 경우, 과다한 스트레스가 있는 경우, 어혈이 자궁내에 남아 있어 자궁의 수축을 더디게 하거나 자궁출혈이 많은 경우, 분만할 때에 비위생적인 처리가 있는 경우, 임신 중에 환도가 시다고 호소한 경우, 나이가 많은 임산부, 유산횟수가 많거나 감염이 있는 경우 등에 발생한다. 요즘에는 분만으로 발생하는 경우보다는 유산 후 산후풍이 발생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추세다.
산후풍에 걸린 여성들이 호소하는 증상들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일관성이 없는 경우가 많지만 일반적으로 2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 관절이 시리고 바람이 들어온다, 환도가 시고 아프다, 몸이 여기저기 돌아가며 아프다, 목덜미가 뻐근하고 어깨가 무겁다, 쉽게 피곤하며 춥다, 끈적끈적한 땀이 많이 나고 손발이 차다 등의 증상이 있다.
둘째 떨리며 불안하다, 우울증이 있다, 두통과 현기증이 있다, 가슴이 답답하고 열이 오른다,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무기력하며 의욕이 없다는 등의 정신 증상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은 관절이 시리고 관절에 바람이 들어오는 것 같다, 환도가 시고 아프다, 몸이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아프다고 말한다.
산후풍은 염증이나 종양처럼 기질적인 질병이 아니라 몸의 기능저하나 몸조리를 잘못해서 나타나는 기능적인 질병이므로 산후풍을 호소하는 경우에 혈액검사나 방사선 검사를 시행해도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그러므로 분만 후 예전과 달리 전신이 아프다고 호소해 여러 가지 검사를 하지만 이상이 없는 경우에는 한번쯤 분만과 관련된 산후풍을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한방에서는 산후풍을 예방하기 위해 분만 후를 시기별로 나눠 한약을 위주로 하여 산후 1~2주에는 어혈을 제거하기 위해서 생화탕(生化湯)을 투여하고, 3~4주 이후에는 분만으로 손상된 기운과 피를 보충해서 체력을 회복시켜주는 보허탕(補虛湯)으로 몸조리하도록 한다. 이렇게 조리한다면 산후에 소모된 체력이 빠른 시간내에 회복되기 때문에 산후풍을 예방하는데 효과적이다. 또한 유산시킨 후에도 동일한 방법으로 조리하면 좋다.
산후풍을 예방하기 위해 일상생활에서 주의할 점은 다음과 같다. 분만 후 정신적인 안정을 취하고 관절에 무리가 가는 일은 피하는 것이 좋고 찬물이나 찬바람 등의 직접적인 접촉은 피하고 몸을 따뜻하게 하되 지나치게 땀이 많이 나지 않도록 한다.
또한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되 찬 음식과 딱딱한 음식은 피하고 소화가 잘되는 담백한 음식이 좋다. 제왕절개 수술로 분만한 경우에는 정상 분만보다 몸에 미치는 손상이 크기 때문에 충분하고 적당한 조리가 필요하다.
항간에 둘째아이 낳고 조리를 잘하면 첫 번째 출산 후의 산후풍이 치료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 임신을 하면 태아의 발육이나 임신부의 건강관리에 문제가 발생, 임신중에 고통을 받을 뿐만 아니라 분만 후에도 몸조리하는데 훨씬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다. 따라서 몸의 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우선 건강한 몸을 만든 연후에 임신해야만 태아나 임산부에게 좋다. 무엇보다 스스로 산후풍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면 하루빨리 치료에 임해야 할 것이다.
/김태희 교수(우석대 한의과대학 부인과)
▲김태희 교수는
우석대학교 한방병원 여성의학센터장
우석대학교 한의과대학 부인과 교수
대한한방부인과학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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