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소라 군산대 교수, 미발표 시 11편 공개
"40여년간 석정 선생 연구만 해왔습니다. 그분을 통해 문단에 등단하기도 했지만, '목가시인'으로만 알려져 있는 것이 늘 가슴에 아렸어요. 푸성귀로 덮어 씌워져 있는 가시면류관을 벗기고 싶었습니다.”
허소라 군산대 명예교수(73)가 출간하게 될 「신석정 전집」엔 제국주의 현실에 저항하고, 약소국 침탈의 부당함을 지적한 미발표된 시들이 담겼다. 석정 선생의 첫 시집인 「촛불」(1939)을 발표하기 위해 모아둔 육필 원고 묶음인 「산호림의 백공작」과 시집 「슬픈 목가」의 육필 초고에 있었던 것으로 '슬픈 위치(1943)' '나는 너를 이끌고(1943)' '바다(1941)' 등 11편이 빛을 보게 됐다.
허 교수는 "당시 창씨개명을 하지 않고, 친일시를 쓰지 않은 사람은 석정 선생이 유일했다”며 "일제의 탄압이 극심했던 때라 미발표작으로 남겼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다시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날(1942)'은 울고 싶도록 감격스러운 해방의 기쁨에 목말라한 시인의 심정이 절절하게 담긴 작품. 석정 선생은 "어머니 / 당신의 품으로 돌아가는 이날이 / 어찌 이다지도 울고 싶도록 즐거웁습니까?”라고 적었다.
석정 선생은 혁신이란 단어만 들어가도 공산당으로 몰렸던 서슬퍼런 1960년대에도 개혁적 성향이 짙은'민족일보'에 저항정신이 담긴 시들을 투고했다. 전원·목가시인으로만 알려져왔던 그의 문학세계가 재평가돼야 한다는 대목에서 허 교수의 목소리는 높아졌다.
"석정 선생은 낙원 지향의 서정시와 치열한 역사의식의 시가 따로따로 가지 않고, 이를 통합할 줄 알았던 진정한 휴머니스트였습니다. 그의 작품세계가 재조명되지 않은 것은 작품에 대한 연구가 안이했고 근시안적이었다는 점이 근본적 이유지만, 반체제적인 작품이 일제 검열로 널리 공개되지 않은 것도 탓도 컸습니다. 이제서야 새로운 전환점을 만난 것 같아 반갑고, 또 반갑습니다.”
석정 선생은 전원과 자연에 관한 동경을 노래한 작품을 쓰다가 해방과 전쟁을 겪은 뒤 발표한 시집 「빙하」부터 현실 문제로 눈을 돌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허 교수의 책 발간으로 현실 문제에 관한 참여 의식이 드러난 시는 훨씬 일찍부터 쓰여진 것이 방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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