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사회팀 백세리 기자
전주시 주관, 장애인단체총연합회가 주최한 제29회 장애인의 날 기념행사·채용박람회에서 방점은 주인공이 아닌 '손님만의 잔치'에 찍혀 있었다.
행사 1시간 전인 오전 9시 30분. 전주 화산체육관 입구로 4.29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들과 운동원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각 후보들은 너나 할 것 없이 행사장을 찾은 이들에게 일일이 명함을 나눠주고 악수를 청하는 등 열띤 선거유세를 펼쳤다. 한 명에게라도 더 명함을 나눠주고자 운동원들은 주차장 가까이까지 나오기도 했다.
어디서든 자신을 홍보해야 하는 그들의 절박함은 십분 이해하지만, 문제는 '절제된 유세'였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점이다.
수 십명이 모여들어 입구를 가로막고 유세를 펼치다 보니 몸이 마음처럼 움직이지 않는 장애우들은 이리치이고 저리치이기 일쑤였다. 게다가 덩치 큰 휠체어는 사람들을 요리조리 피해가며 입구를 버겁게 지나야 했다. 또, 이동도 수월치 않은 그들을 잡고 좁은 입구부터 행사장까지 쫓아가며 홍보하는 모습은 시민들로 하여금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라는 의문을 갖게 했다.
이 때문에 '줄줄이 사탕'마냥 거추장스럽기까지 했던 그들의 손길을 애써 외면하며 급히 들어선 행사장에는 또 다른 후보들이 그야말로 '진'을 치고 있었다. 필요에 따라 만족스러운 그림이 나올 때까지 장애우를 붙들고 연신 플래시를 팡팡 터트려가며 사진을 찍는 모습은 그리 아름다운 광경은 아니었다.
뿐만 아니라 행사 진행 중에도 의자 사이사이에 카메라를 꽂아두고 촬영을 하는가 하면, 계속 돌아다니며 명함을 나눠주는 등 다른 관람객들을 적잖이 불편하게 했다. 마치 장애우들을 포위하고 쟁탈전을 벌이는 형상이라면 표현이 될까.
행사 진행상의 문제점도 지적됐지만, 사람이 모이는 곳마다 '떼'로 몰려다니며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이들의 유세야 말로 현장에 있던 사람들의 지적 1순위였다.
우리가 보고 싶었던 것은 그들의 얼굴이 아니라 장애우들의 행복한 얼굴이었다고 말하면 너무 노골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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