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는 毒…막힌 기 뚫어줘야
우리가 주변에서 만나는 화병 환자들은 대부분 젊어서 남편 자식 때문에 고생하고 지낸 여자 환자들이지만 사업을 하다가 크게 어려움을 겪는 남성들, 이런 저런 스트레스가 많은 학생들도 병원에 찾아와 자신의 병이 화병이라 하기도 한다.
화병은 울화병이라고도 하는데, 울화병(鬱火病)은 글자 그대로 억울한 감정이 쌓인 후에 불과 같은 형태로 증상이 나타나는 병을 말한다. 울증이란 감정을 잘 펼쳐내지 못해 기의 작용이 막히고 쌓여서 생기는 병인데, 심정이 억울하고 정서가 편치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소화가 안되고 화가 나며 목에 이물감이 느껴지는 것이 주된 증상이다. 장부의 기능으로 이야기하면 인체의 기를 풀어주는 간의 이상, 소화와 소통을 시켜주는 비의 이상, 정서를 총괄하는 심 기능의 이상으로 발생한다고 설명할 수 있다.
화병은 1970년대 이후 국내외에서 많은 연구들이 이루어졌고 미국정신의학회에서는 한국 문화관련증후군으로 화병을 소개하고 있어 상당히 세계적으로 알려진 질환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화병이란 병명은 언제부터 사용되었을까.
화는 목화토금수 오행의 한 요소로서 한의학의 태동기부터 우주와 인간의 생명현상을 설명하는데 사용되어 왔다. 현대와 같은 일반적인 화병이란 용어로서 화병이 사용된 것은 명확치는 않지만 아마도 1624년 명나라 「경악전서」라는 책에서부터라고 생각된다. 「경악전서」에서는 화병은 사람을 죽일 수 있는 위험한 병이다 라고 기술하고 있는데 인체 내에서 발생하는 화로서 정의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화병 개념과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에서 왕실 및 민간에서 사용된 화병에 관한 기록을 살펴보면 선조가 직접 '나는 화병을 앓고 있는데 이는 계사를 보고부터 심기가 더욱 상하고 인후부가 더욱 막히고 담이 성하다'라고 표현한 기록이 있으며, 화병의 원인에 대해서는 질투 번뇌 놀라는 일 억울한 일 자신의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것 고부간의 갈등 왕실업무의 과다 등을 기록하고 있다. 현대사회에 비해서 비교적 스트레스가 적지 않았을까 생각되는 조선시대에도 사람들 사이의 갈등 업무적 스트레스 등은 만만치 않았나 보다.
아마도 현대에 우리가 사용하는 화병의 개념은 조선 중기 이후에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었다고 생각된다. 화병은 생활의 여러 가지 스트레스에 의하여 기가 울체되고 화가 올라서 생긴 것이므로 한의학에서 치료는 기의 막힌 것을 풀어주고 화를 내리는 것을 위주로 하게 된다.
/김락형 교수(우석대 부속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김락형교수는
우석대 한의학과 졸업, 한의학박사
한방신경정신과 전문의
대한한방신경정신과학회 교육이사
우석대 한방신경정신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