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01 20:04 (Sun)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문화일반
일반기사

[전북의 문화콘텐츠 50] ①문화원형의 재창조가 '돈'이다

문화자원 자체로는 박물관 불과...가공노력 필요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것은 일명 '모짜르트 초콜릿'이다. 모짜르트 얼굴이 프린트된 종이로 한 알 한 알 포장된 이 초콜릿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세를 타면서 여러 회사들이 만들어 내는 바람에 포장지에 새겨진 모짜르트 얼굴이 조금씩 다를 정도다.

 

모짜르트 초콜릿부터 모짜르트 술, 모짜르트 생가까지, 지나치게 모짜르트를 상업화시킨다는 비판도 있지만 사실 잘츠부르크는 모짜르트 덕분에 먹고 사는 나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잘츠부르크를 '모짜르트의 도시'라고 하겠는가.

 

벨기에의 오줌싸개 동상, 덴마크의 인어공주 동상, 독일의 로렐라이 언덕은 막상 가보면 아무 것도 아니지만, 해마다 수백만명의 관광객들이 찾아온다. 이를 두고 '유럽의 3대 사기'라고 하지만, 이것이 바로 문화콘텐츠의 힘이다.

 

문화콘텐츠란 문화의 원형 또는 문화적 요소를 발굴하고 그 속에 담긴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 매체에 결합하는, 새로운 문화의 창조과정이다.

 

1990년대 초반 '영화 '쥬라기공원' 한 편이 현대자동차 1년 수출액과 맞먹는다'는 말은 우리들에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지만 이미 세계 각국에서는 문화콘텐츠산업을 새로운 핵심동력산업으로 인식, 문화콘텐츠산업을 미래전략산업으로 채택해 진흥정책을 활발하게 펼치고 있었다. 최근에는 우리도 정부도 정책적으로 문화콘텐츠 활성화에 많은 지원을 하고 있지만, 2001년이 되어서야 공식적으로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을 설립했으니 다소 늦은 감이 있다.

 

최연구 한국외국어대 대학원 문화콘텐츠학과 겸임교수는 「문화콘텐츠란 무엇인가」(살림)에서 문화콘텐츠가 정책적으로 주목받는 것은 문화콘텐츠가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고 성장동력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최교수는 "문화콘텐츠는 인문학적 감수성, 지식기반의 콘텐츠, 콘텐츠를 표현하는 미디어기술의 결합으로 이뤄진다"며 "고부가가치의 원천으로서의 잠재력과 전망을 가지고 있는 문화콘텐츠는 산업적 측면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문화콘텐츠에 대한 수요는 디지털 혁명 이후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인터넷, 케이블방송, 위성방송, 휴대폰, PDA, IPTV 등 새로운 매체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다양한 매체에 담을 콘텐츠가 필요하게 된 것이다. 지난 28일 열린 '서울디지털포럼 2009'에서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가 가진 많은 이야기, 전통, 역사, 문화를 생각할 겨를 없이 경제나 기술적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그 기술을 채워줄 콘텐츠는 너무나 부족하다"며 "대한민국만이 가질 수 있는 새로운 콘텐츠를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장관은 "2012년 전면적인 디지털화에 따라 일어날 매체 소용돌이 속에서 그들을 채워줄 콘텐츠가 지금부터 준비되지 않으면 안된다"며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 등 우리의 삶 속에 같이 숨쉬고 있는 문화와 예술을 강조하고 육성해야한다"고 말했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고 김수환 추기경이 새로운 문화콘텐츠로 떠올랐다. 김추기경을 추모하는 설치미술작품이 선보여졌으며, 김추기경이 남긴 메시지는 티셔츠와 핸드폰 고리 등에 새겨져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다. 그를 추모하는 피아노곡을 만든 피아니스트 노영심씨는 연주회와 음반 제작 등에 대한 의지를 밝혔으며, 음성동요학교에서는 동요 '김수환 추기경'과 '김수환 스테파노 추기경'을 발표하기도 했다. DVD와 화보집도 제작됐다.

 

이처럼 문화콘텐츠는 하나만 터지면 장르를 바꿔가며 진화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이 발전하면서 문화콘텐츠를 생산하기 위한 원천자료가 더 중요해진 것. 하나의 원천자료로 여러 산업을 동시에 부흥시키는 원소스 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 무명의 여류작가를 돈방석에 올려놓은 소설 「해리포터」나 여든살이 넘은 미키마우스는 대표적인 사례다.

 

지방 자치단체들도 문화콘텐츠의 가치에 눈뜨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안동시는 지역의 문화콘텐츠를 발굴하기 위한 노력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를 내세우는 안동은 지역에 산재돼 있는 유교문화유산을 발굴하고 이를 문화콘텐츠 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2006년 온라인에 '안동문화콘텐츠' 사이트를 오픈하고 2007년 국내 최초로 디지털콘텐츠 박물관인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을 개관했다. '안동문화콘텐츠'에는 '안동 人' '안동 生' '안동 美' '안동 思' 등 네가지 섹션에 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지역의 문화자산들을 정리해 놓았다. '전통문화콘텐츠박물관'은 박물관이지만, 유물이 없다. 대신 클릭을 하면 상여소리와 구수한 안동사투리를 흘러나오거나 매직 비전을 통해 명문 종가의 제사문화를 보여주고 설화를 애니메이션으로 보여주는 등 등 최첨단 디지털콘텐츠를 통해 유·무형의 전통문화를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안동시 관광산업과 관계자는 "안동에는 공장도 없고 문화산업 쪽으로 가자는 게 안동시 입장"이라며 "안동은 전통문화를 기반으로 문화콘텐츠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모든 지역에는 지역만의 고유한 특성을 가진 최고의 콘텐츠가 있다. 지역별 특성을 찾아내는 게 중요한데, 그런 점에서는 그동안 푸대접을 받아온 지역문화가 중요한 원천자료가 되기도 한다.

 

전라북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난달 전주대 문화산업대학원에서 강연한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장세환 의원은 "전북은 전통문화와 역사, 이야기가 풍부한 지역으로, 한국 문화콘텐츠산업에서 창작의 산실로는 최고의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며 "창작의 소재와 문화기술(CT)이 집적된 형태의 문화콘텐츠 창작클러스터 등 국가적 프로젝트로 추진할 수 있는 아이디어와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가장 한국적인 도시로 한스타일 거점도시인 전라북도는 우선 다른 지역에 비해 그 원형을 잘 간직하고 있는 전통문화를 주목할 필요할 필요가 있다. 판소리를 비롯한 한국음악이나 한지, 한옥, 한식 등은 물론, 최근 1400년 만에 우리 앞에 그 찬란한 신비를 드러낸 미륵사지 사리장엄이나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어진 등도 문화콘텐츠로서 훌륭한 원천자료다.

 

물론, 전통문화만을 문화콘텐츠로 발전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김상숙 한양대 교수는 "콘텐츠산업의 원천은 삶이며, 곧 생활 전체이며 공동체의 삶을 표현하는 양식"이라고 말한다. 우리지역으로 좁혀본다면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나 얼큰한 콩나물국밥에 들어가는 전주콩나물, 전주국제영화제로 전국적인 명소가 된 영화의거리 또한 문화콘텐츠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라종일 우석대 총장이 전주비빔밥을 소재로 동화를 발표하고, 같은 대학 김경주 교수가 '비범벅춤'을 창작한 것은 주목할 만 하다.

 

이제는 문화의 시대를 넘어 문화콘텐츠 개발의 시대다. 문화자원, 즉 원천자료 그 자체로는 박물관에 불과하다. 원형을 문화콘텐츠로 가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전라북도는 문화의 원형을 찾아내는 것에는 익숙했지만, 문화콘텐츠로 성장시키는 것에는 서툴렀다. 창의적인 문화콘텐츠 개발은 곧 돈이 되며, 나아가 문화 정체성 확립과 문화적 삶의 환경을 조성한다.

 

민속학자 송화섭 전주대 교수는 「전라문화 바로보기」(신아출판사)를 펴내며 "갯벌 속에서 진주를 캐고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심정으로 한줄 한줄 글을 엮어보았다"고 했다. 송교수의 말은 왜곡되고 뒤틀린 전라문화를 바로잡고 싶다는 의지였지만, 문화콘텐츠를 위한 원천자료를 발굴하는 것 역시 지역문화를 소홀히 하고 업신여기는 현실에서 갯벌 속에서 진주를 캐고 진흙 속에서 연꽃을 피우는 애정으로 뛰어들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