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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제주에서의 문화예술 단상(斷想) - 이 찬

이 찬(소리문화전당 예술사업부장)

지난 6월8일에서 10일까지 제주에서 해비치 아트페스티벌이 열렸다. 전국의 공연장 관계자와, 동시에 개최된 아트마켓에 참가하는 국내 공연기획사 종사자등 전문가 약 8백 명이 한 자리에 모인 자리였다. 초기에는 전국문예회관연합회의 정례 워크숍 형식으로 시작되었던 것이 국내 예술시장이 함께하는 축제와 소통의 장으로 발전된 것이다.

 

이번에 수도권에서 약 4백여 명이 참가한 공연기획사들의 현황을 보면 우리나라 문화예술 활동에서 중앙과 지역의 간극을 뚜렷하게 알 수 있었다. 공연예술 작품의 경쟁성과 시장성이 중앙에서는 얼마나 치열한가를 보여준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처럼 경제가 침체된 상황에서는 지역보다 중앙의 문화예술계가 더욱 큰 타격을 받게 마련이다. 중앙의 예술 활동 규모가 상대적으로 큰 만큼 사회경제적 영향을 지방보다 더욱 크게 받게 되어 있다.

 

이런 가운데 전주에 소재한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은 그 이름에 걸맞게 전국의 많은 문예회관 가운데 중앙을 포함하여 몇 대표적인 위상을 갖고 있는 반열에 안착되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그것은 비슷한 규모의 수도권 지역 문예회관보다 지역의 시장성이나 재원의 규모는 취약할지라도 그동안 지역성을 뛰어 넘는 전국적 운영 패러다임을 구축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네트워크의 경제시대라고 한다. 이것은 20세기 규모의 경제시대와 대비되는 개념이다. 이 첨단의 시대에 한국소리문화의전당이 나름대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중앙과 지역을 통섭하는 개방된 마인드세트와 효과적 네트워킹을 실현시켜온 결과라고 생각된다.

 

그것은 국내 최초의 민간위탁 체제에서 선진국의 행정 가치인 '팔길이 원칙'을 토대로 안정적 경영의 지속성이 가능했기 때문인 것 같다. 우리나라 공연장의 효시인 세종문화회관과, 그리고 최신 공연장 시설인 김해문화의전당의 조직체계를 두루 경험해 본 필자로서는 상대적으로 역량 있는 민간 체계의 조직이 얼마나 효과적이며 생산적인지를 느낄 수가 있다.

 

이번 아트페스티벌에는 일본의 전국공립문화시설협회를 대표하여 다쑤아키 마쑤모토(松本辰明) 상무이사가 참가하여 일본의 문예회관 현황을 설명하였다. 일본에는 약 3천 개의 공연장이 있는데 이중 약 70퍼센트가 공립이라고 한다. 1980년대 지방자치제의 도입과 당시 경제 버블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많은 공연장이 건립되었다.

 

그동안 대부분 일본 문예회관들이 지방자치단체의 직영이나 문화재단과 같은 공공기관에 의해 운영되던 체제가 지방정부의 재정난으로 한계를 맞게 되었다. 그래서 일본은 2006년부터 민간위탁의 '지정관리자제도'를 도입하여 민간기업이나 비정부기구나 심지어 개인에게도 위탁을 부여하는 체제로 전환하였다고 한다. 민간의 효율성과 자율성을 통해 정부의 재원 한계를 극복해 나가겠다는 정책이었다.

 

그 설명을 들으면서 지금 우리나라에 불고 있는 공연장 건립 붐은 언젠가는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되지나 않을까 싶었다. 그래서 일본 문예회관의 현재는 우리의 미래를 가늠하게 하는 단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보는 기회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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