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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생태의학과 건강한 밥상문화 - 한면희

한면희(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HK교수)

태평양의 섬나라 나우루는 주민이 고작 8천명 수준에 불과하지만, 산호초로 둘러싸인 천혜의 관광지로 알려져 있다. 서양인들이 몰려오면서 예전에 경험하지 못한 호사를 누리고 있는데, 그것에 수반되는 사회적 후유증도 심각하게 앓고 있다. 주민들은 관광수입으로 벌어들인 외화로 현대식 슈퍼마켓에서 코카콜라와 각종 통조림 등 인스턴트식품을 구매하여 일상으로 섭취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서구식 생활습관으로 인해 1954년까지는 거의 없었던 당뇨병 환자가 최근 41%로 늘어남으로써 국가 보건체계에 비상이 걸렸다.

 

미국은 닉슨정부 시절에 암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10년 동안 250억 달러 이상을 지출한 바 있지만, 그다지 효과를 보지 못했다. 국민의 의료비 지출은 갈수록 커져서 1940년에 GNP의 4%에 해당하는 40억 달러 규모였는데, 1992년에는 14%에 달하는 8천억 달러로 대폭 늘어났다. 현재도 3명 가운데 1명이 암에 걸리고, 5명 가운데 1명이 사망하고 있다. 의료기술이 높아지는 것 이상으로 의학이 고치지 못하는 불치병과 그 환자가 계속 늘고 있는 셈이다. 돈과 편리함을 추구하는 산업사회의 생활양식이 사태의 주범이다. 지난 주 유명을 달리한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도 성형수술 후유증을 앓고 있다가 갑작스런 죽음을 맞이했는데, 이런 것과 무관하지 않다고 보인다.

 

미국에서 암과 각종 불치병을 고치기 위해서 자국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어나자 1992년에 대체의학연구위원회가 설립되었다. 대체의학은 마음과 몸을 통합해서 바라보고, 질병치료보다 예방에 우선적 주안점을 두며, 생활습관을 바꾸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최근에는 자연을 맑고 깨끗하게 유지하지 않고서는 인간도 건강한 삶을 영위할 수 없다는 인식이 강렬하게 싹트고, 이에 따라 생태의학 운동이 전개되고 있다. 이것은 대체의학의 연장선상에서 생태계를 보전하면서 자연적 이치에 따라 질병을 치료하고 예방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알고 보면 동아시아 문명의 의학적 이해는 생태의학의 원형에 해당한다. 장기와 신체, 몸과 마음, 인간과 자연을 유기적 연관관계로 조망했다. 음식도 에너지 공급원이자 질병 예방의 눈으로 보았다. 이제 의식동원(醫食同源)의 관점에서 위험한 밥상을 건강하게 재구축하는 방향으로 조성하지 않으면 안 된다. 이를 위해 주식으로 쌀밥을 유지하면서 수입 밀 섭취를 최소화하고, 가능한 한 채식 위주의 식단을 짜며, 유익한 미생물이 많은 발효식품의 섭취 비율을 늘려야 한다. 유기농 재배를 계속 늘리고, 패스트푸드를 피하며, 생활 속에서 약초를 가까이 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생명의 원천인 자연을 건강하게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자연의 생기를 향유하는 데 더욱 노력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면희(전북대 쌀·삶·문명연구원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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