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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탈라'와 '대한늬우스'의 화려한 복귀 - 김윤태

김윤태(우석대 교수·유아 특수교육)

탈라는 전통적으로 유럽에서 법관과 성직자가 착용하는 긴 겉옷을 말하지만 대학졸업식에서 교수들이 입는 겉옷을 의미하기도 한다. 대학졸업식에서 교수들이 탈라를 입는 전통은 프로이센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마다 저마다 독특한 유형의 탈라를 갖고 있었지만 학과에 따라 깃의 색깔은 똑 같았다. 신학과는 보라색, 법학과는 자색, 의학과는 진홍색, 철학과는 감청색 깃으로 과의 고유한 전통을 과시했다.

 

탈라는 독일에서 오랫동안 독일 대학교수들의 졸업식장 공식복장이었다. 하지만 탈라는 1968년 최고조에 달했던 독일 학생운동에서 비판의 대상이 되면서 독일 대학 졸업식장에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다. 특히 그 당시 함부르크 대학의 학생들은 "탈라 속에 천년 묵은 곰팡이가 피어난다(Unter den Talern der Muff von tausend Jahren)"며 탈라 착용을 빗대 대학교수들의 보수적이고 소시민적인 태도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68운동은 독일에서 나치의 전통을 극복하려고 시도한 유일한 시민혁명으로 평가된다. 독일은 이 운동의 결과 권위주의 시대를 청산하고 건강한 사회로 진일보 할 수 있었다. 따라서 독일 사회학자들은 68운동의 '脫탈라'로 상징되는 변화에서 중요한 시대적 의미를 찾는다. 독일 대학은 탈라를 벗음으로써 중세풍의 세레모니에서 나타나는 권위적인 분위기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학문의 본연의 길을 찾았다는 것이다.

 

최근 독일신문에서 탈라가 독일의 대학 졸업식에 다시 등장 했다는 기사를 읽고 실소를 금치 못했다. 하지만 탈라의 복귀소식에 남의 나라 일이라고 부리던 여유는 며칠 전 오랜만에 영화관에 들렀다가 갑자기 '대한늬우스'를 접하면서 사치가 되고 말았다. 코미디언들이 나와 벌이는 코미디에 호들갑을 떨고 싶지는 않다. '복고 마케팅 광고'일 뿐이라는 재미나고 멋들어진(!) 해명도 믿고 싶다.

 

하지만 요즈음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면 '대한뉘우스'의 복귀는 단순히 코미디도 아니고 추억의 복고 마케팅도 아닌 것이 분명하다. 시민들의 휴식처가 되어야 할 청계천이나 시청 앞 광장이 가두리 양식장처럼 전경차로 그야말로 물 샐 틈 없이 둘러 쳐진 것을 보라. 누가 그것이 사라진 군사정권의 종식을 추억하며 퍼포먼스한다고 생각하겠는가? 또 시국선언교사들을 징계하는 모습에서는 권력의 비열함이 엿보인다. 정작 시국선언을 시작한 교수들을 징계하겠다는 말은 어디에서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김윤태(우석대 교수·유아 특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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