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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정조 때 문인 이가환의 시전집 첫 번역

'이가환 시전집' 출간

"공은 구경(九經)ㆍ사서(四書)에서부터 (중략) 문자라고 할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지 한 번 물으면 조금도 막힘없이 쏟아놓는데 모두 연구가 깊고 사실을 고증해 마치 전공한 사람 같으니 물은 자가 매우 놀라 귀신이 아닌가 의심할 정도였다"

 

노긍, 심익운과 함께 조선 후기의 3대 천재로 불렸으며 18세기 대표적 문인인 혜환 이용휴(李用休)의 아들이기도 한 금대 이가환(李家煥.1742-1801)을 다산 정약용은 이같이 평했다.

 

이가환은 시, 산문 등 문장 뿐만 아니라 천문학, 지리, 수학 등 다방면에 뛰어난 재주를 가졌던 것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정조의 총애를 받고 형조판서까지 올랐으며 채제공의 뒤를 이어 남인 중 청남 계열의 지도자로 부상했으나 벽파가 시파를 숙청하고 천주교를 탄압할 때 체포돼 옥사했다.

 

이가환은 조선후기 문단에서 탁월한 문학적 성취를 보여줬지만 그에 대한 학문적 연구는 이제까지 별로 없었다.

 

'금대시문초'에 실린 그의 시 230여수를 모두 모아 번역하고 각주를 단 '이가환 시전집'(소명출판 펴냄)이 최근 출간됐다.

 

조남권(81) 한서대 동양고전연구소장과 제자인 박동욱(39) 한양대 교수가 3년간 공동 작업 끝에 내놓은 성과물이다.

 

이가환의 산문과 시 일부가 번역된 적은 있지만, 그의 시를 온전히 한자리에 모아 번역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스승과 제자는 매주 화요일마다 서울 명동에 있는 동양고전연구소에서 함께 토론하면서 '혜환 이용휴 시전집'(2002), '혜환 이용휴 산문전집'(2007)을 낸 데 이어 이번엔 이용휴의 아들인 이가환의 시전집을 번역출간했다.

 

이가환은 비극으로 삶을 마무리했지만 문학적 성취는 특별했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조남권 소장은 "아버지인 이용휴의 시는 발랄하고 자유로웠던 반면에 이가환의 시는 우수와 비감의 정조가 강하다"고 말했다.

 

"네가 중순에 온다고 듣고는/ 초순부터 곧 문에 기대 기다렸네./ 다만 산이 쓸쓸한 것이 근심이었는데,/ 게다가 비가 자욱한 것 마주했네./오랜 이별은 얼굴빛에서 징험이 되고,/ 곤란한 생활은 웃는 말에도 있었네./ 어떻게 견디리오! 맑은 밤 달이/ 이미 스스로 빈 술통 비치는 것을"

 

이가환이 조카인 허질이 찾아온다는 소식에 기쁜 심정을 표현한 시다.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유배지에서의 지루하고 쓸쓸한 생활이 이가환의 시에 투영됐을 거라는 것이 저자들의 생각이다.

 

저자들은 이가환이 45세 이전에 지은 시는 한 편도 찾을 수 없어 청ㆍ장년기에 지었던 발랄한 감각의 시를 볼 수 없는 것을 아쉬워했다.

 

조 소장과 박 교수는 이가환의 산문을 번역해 내년께 책을 낼 계획이다. 그보다 앞서 이용휴의 제자로 27세에 요절한 천재시인 이언진(李彦珍)의 시를 번역해 올해 안에 출간할 예정이다.

 

274쪽. 1만8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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