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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시의 언어로 이야기를 들려주는 소설

마루야마 겐지 소설집 '달에 울다' 출간

1966년 '여름의 흐름'으로 아쿠타가와상 최연소 수상자가 된 이후 은거하면서 집필에만 전념한 일본 중견 작가 마루야마 겐지는 오랫동안 시소설(詩小說)을 추구했다.

 

시의 함축성과 소설의 서사성을 모두 갖는 아름다운 작품을 희망했던 마루야마 겐지의 뜻은 1986년 소설집 '달에 울다'(이룸 펴냄)에서 본격적으로 지면 위로 떠올랐고 빛을 발했다.

 

'달에 울다'는 사과나무밭을 일구며 자라고 늙어 가는 한 남자에 관한 표제작과 회사를 그만두고 고향을 찾아가는 남자에 관한 '조롱을 높이 매달고' 등 중편 두 편으로 구성됐다.

 

'달에 울다'에서는 시에서 여러 행이 한 연을 구성하듯 대여섯 문장이 한 문단을 구성해 하나의 심상(心像)을 만든다. 문단을 거듭할수록 켜켜이 쌓여 가는 이미지는 물 흐르듯이 흐르는 한편의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

 

주인공이자 화자인 '나'는 사과나무 농가의 아들로, 아버지가 죽인 남자의 딸 야에코를 사랑한다. 10대와 20대를 함께 하지만 야에코는 결국 마을을 떠난다.

 

야에코 뿐 아니라 많은 젊은이들이 사과나무나 가꾸며 사는 고향에서의 삶에 흥미를 잃고 도시로 떠난다. 그러나 주인공은 애늙은이처럼 묵묵히 고향을 지킨다.

 

소설 속 마을은 보통 적막하다. 큰따옴표가 붙은 대화는 몇 장을 넘겨야 한 번 나올까 말까다. 그러나 침묵을 깨는 소리가 끊임없이 울려 퍼진다. 야에코 아버지의 비명과 법사의 절규, 촌장의 고함이 번갈아 이어지며, 마을의 소문도 웅성거리며 퍼져 나간다.

 

소리는 마을 환경과 인물들의 행위에 대한 세심한 묘사가 만들어내는 시각적 효과와 더불어 이미지를 빚어내고 여백 많은 지면을 꽉 채운다. 소설 속의 시간은 뭉텅뭉텅 앞으로 건너뛰어 가는데도 수십 년의 세월을 그리는 작가의 끈질긴 시선은 끈끈한 서사를 완성한다.

 

'조롱을 높이 매달고'는 문단과 문단 사이에 여백을 둬 명확히 끊어 두는 '달에 울다'에 비해 형식적인 시적 특성은 약하다.

 

그 대신 환상과 현실의 시공간을 혼합하는 시도가 독특하다. 말을 탄 무사들, 빨간 하이힐의 여자 등 환상 속 현상이나 인물은 현실 속 현상과 인물과 겹쳤다가 흩어진다.

 

예문. 356쪽. 9천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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