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전주세계소리축제 프로그램발표회'에는 정작 프로그래머가 나타나지 않았다.
소리축제 측에서는 프로그램이 확정돼 프로그래머의 역할이 다 끝난 상황이라며 애써 태연하게 입장을 밝혔지만, 프로그래머는 이보다 앞선 6일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로그래머가 사임할 의사를 전달하자 그와 함께 축제에 합류했던 직원도 소리축제를 떠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조직을 새롭게 구성한 뒤 처음 열리는 축제에 모두의 기대가 컸던 만큼 프로그래머의 갑작스런 사퇴 소식은 당혹스러웠다. 개인적인 사정이라고 하더라도 축제를 두 달여 앞둔 시점에서 직원들이 잇따라 사표를 던지자 여기저기 추측성 말들이 무성하다. 모양새도 좋지 않을 뿐만 아니라 내부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프로그래머나 프로그램팀의 역할을 프로그램의 확정까지라고는 볼 수 없을 것이다. 하나의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많은 수정 과정이 필요한 것을 생각해 본다면 프로그램 확정 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진행이기 때문이다.
소리축제는 늘 전주국제영화제와 비교돼 왔다. 돌이켜 보면 사람 문제였던 것 같다. 비단 올해 뿐만이 아니다. 초창기 때부터 소리축제에 열정을 바쳐온 사람들이 지난 시간에 대한 회의감으로 하나둘 떠나가는 것만 봐도 1회때 자원봉사자로 시작한 젊은 일꾼이 팀장을 거쳐 프로그래머로 성장한 영화제와 비교된다. 이를 개인의 역량이나 노력 차이로 단순화시켜 말할 수 없다. 충분히 전문인력으로 소리축제에서 자리잡을 수 있은 사람들이 축제를 떠나고 있는 것 같다.
축제는 즐기는 사람이나 만드는 사람이나 즐거워야 한다. 애정을 가지고 들어왔다가 실망과 상처만 안고 나가는 일이 해마다 반복되는 것을 보면서 소리축제가 구조적인 문제를 안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결국 축제는 축제 기간에 평가받을 수밖에 없겠지만, 소리축제를 바라보는 많은 사람들이 프로그래머의 자리를 비롯해 축제의 빈 곳들에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부디 잘 추스려 소리축제의 슬로건 '소리 울림, 신명의 어울림'을 이끌어 낼 수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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