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쁘다'는 말은 듣는 이로 하여금 신명나게 하는 말인가 보다. '예쁘다'는 아름답고 귀여울 때 쓰는 말인데 나를 예쁘다고 한다. 며칠 전 시집 「쪽빛 징검다리」 출간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어느 시인이 한 말이다. 웃을 때에 보조개가 있어서 더 예뻐 보인다며 손가락으로 양 볼을 짚어가며 했었다. 나는 복분자 술 때문이겠지 하고 흘려 들었지만 집에 오는 동안 기분은 좋았다.
'예쁘다'는 말이 공원을 무료 입장하는 나에게도 쓰여지다니 생각만 하여도 살맛이 났다. 사람들로부터 관심 밖의 대상이 된 나에게 그가 남자 시인이 아니래도, 그가 거짓말을 하였다 해도 분명 그 말은 행복을 싣고 온 보물단지였다.
보조개는 웃을 때만 양 볼이 살짝 들어가 보이는 자연스러운 얼굴 표정이다. 보조개는 귀여운 인상을 주기도 하지만 섹시하다고도 한다. 그래서인지 입안 점막을 약간 절개해서 피부 사이를 함몰·봉합시키는 수술을 여성들이 많이 한다고 한다.
이러한 보조개가 나의 양쪽 뺨에 있다고 하니 살맛이 난다. 매일 거울 앞에서 '아에이오우' 입술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될 것이며, 성형 수술을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나는 입가에 팔자주름이 있다. 입 주변에 잔주름은 물론 입가의 팔자주름은 삼십대에서부터 생기기 시작하더니 이젠 그 골이 깊어졌다. 이는 나이가 들어서 콜라겐이 줄어들면 나타난다고 하지만 나는 아버지로부터 받은 유전자 영향이 크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먹을 복이 많은 것은 팔자주름 덕이라며 오히려 좋아하셨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인지 나도 피부의 탄력이 없어 품위가 떨어져 보인다거나 나이가 들어 보인다고 해도 영양크림만 듬뿍 바를 뿐이었다. 광대뼈가 나와 보여서 팔자가 센 여자 같다고 해도 나는 생긴 그대로 살아왔다. 그러나 마음이 우울할 때면 지방 이식 수술이나 필러를 이용한 주사시술을 받고 싶은 유혹도 있었다.
삶을 윤택하게 하는 말, 기쁨이 묻어나는 말이 얼마나 듣는 이로 하여금 행복감을 넘치게 하는지 모른다. 나는 삶을 아름답게 만드는 재주는 서로 오고 가는 말에서부터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에게 천대를 받는 창녀 알돈자도 그랬다. 돈키호테의 진심어린 말이 그의 사랑 고백이 그녀를 고귀하고 숭고한 이름 둘시네아로 변화시켰다. 스페인의 밀겔데 세르반테스의 소설을 뮤지컬로 공연한 '뮤지컬 돈키호테'에서다.
"나를 똑바로 보라고. 따먹기 쉬운 여자. 내가 당신 눈에 창녀처럼 조금만 써봐. 원하는 대로 다 해줄게"라고 알돈자는 뼈아픈 자신의 아픔을 말하지만 "그래도 그대는 나의 둘시네아요"라고 말하는 돈키호테가 있어 창녀는 변화되었지 않은가.
부부의 사랑도 이처럼 서로에게 생명을 주는 말을 한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생각해 본다. 주름살을 보조개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을 때 우린 젊어지는 것이 아닐까.
/이소애(샘장학재단이사장)
▲ 이소애 시인은 전북여류문학회와 가톨릭전북문우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샘 장학재단 이사장, 한국미래문화연구원 부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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