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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대표 현대시인 70인의 사랑 노래

'시, 사랑에 빠지다' 출간

"바다가 푸른 하늘의 높이를 비추는 거울인 것처럼, 마음의 하늘에 떠 있는 별이 아득히 떨어져 있는 누군가의 다른 사람 하늘에서 반짝이는 별빛이 되는 일을 사람들은 때로 사랑이라 부른다."(허만하 '사랑의 별빛' 중)

 

한국의 대표적인 현대시인 70명이 문학의 영원한 주제인 '사랑'을 주제로 70편의 시를 썼다.

 

현대문학이 창간 55주년을 기념해 만든 '시, 사랑에 빠지다'에는 김종길, 고은, 허만하 등 원로 시인부터 김경주, 황성희, 강성은 등 2000년 이후 등장한 젊은 시인들까지 70명의 대표 시인들이 쓴 사랑시들이 담겨 있다.

 

세대가 다양한 만큼 스타일도, 사랑에 대한 시인들의 인식도 제각각이다.

 

시작노트를 통해 "나 아직도 사랑을 잘 몰라요"라고 고백하기도 한 고은 시인은 "사랑은 사랑의 부족(不足)"이라고 말한다. "세상은 / 세상의 부족입니다 / 사랑은 자못 / 사랑의 부족입니다 // 나 어쩌지요 // 수십 년 전 그날로 / 오늘도 나는 감히 사랑의 떨려오는 처음입니다 / 다리미질 못한 옷 입고 / 벌써 이만큼이나 섣불리 나선 / S를 만나러 가는 길입니다"('사랑은 사랑의 부족입니다' 중)

 

젊은 시인들의 시 속에서는 사랑과 이별이 새로운 감각으로 표현된다.

 

"사랑할 때 우리의 입은 늘 한목소리였다. 사랑할 때 우리의 손은 늘 한 손깍지였다. 그로부터 벙어리장갑 한 짝이 내 것이라 배달되었을 때 나의 두 심장은 박수 치는 심벌즈처럼 골 때리는 콤비였다. 이는 내 것이 아니었으므로 아나 개야, 개나 물어뜯을 놀잇감 준비하느라 오래도록 당신 참 수고하셨겠다, 죽어라 그니까 개 줄라고."(김민정 '벙어리…장갑' 중)

 

시인들이 노래하는 사랑은 남녀간의 사랑만은 아니다.

 

"해안선을 올리자 어머님을 위하여 / 허공을 깎아 만든 절벽의 집으로도 가지 못하고 / 바다의 밑바닥으로도 이제 갈 수 없는 / 검은 해안선에 몸이 감긴 어머님 // 최대한 목을 길게 빼고 / 가마우지, 가마우지 공중에서 울자"(안도현 '가마우지' 중)

 

문학평론가 유종호 씨는 "사랑은 문학의 영원한 주제가 되어왔고 그러면서도 탕진됨을 모르고 콸콸 솟아오르는 불가사의한 샘물이기도 하다"며 "70명의 쟁쟁한 시인들이 저마다의 방식으로 사랑을 기리고 노래하며 알뜰한 잔치마당을 마련했다"고 시집을 소개했다.

 

이 책에 실린 시들은 출간에 앞서 포털사이트 다음에 6개월간 연재돼 네티즌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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