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숙(전북여연 정책위원장)
"성인지가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전북여성단체연합에서 시작하는 예산분석 워크숍에 참여했습니다. 두 번, 세 번의 모임에서 성주류화, 성인지라는 단어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우리 가정 살림에는 10원, 100원을 따지면서 지역의 살림에는 너무 무심했구나 라는 반성과 함께 지금은 지역 여성정책에 대한 예산 분석 뿐 만 아니라 자치단체의 주민참여 예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시간 있을 때마다 의회에 나가 의회 모니터링을 하는 지역사회의 참여 주체가 되었습니다." (예산 분석에 참여하는 한 회원)
정부의 정책은 법령과 예산, 사업계획을 그 실현 수단으로 하고 있다. 모든 사업은 예산이 있어야 실현되기 때문에 '예산은 정책 실현의 도구'라고 한다. 예산은 지역 주민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수돗물에서부터 오폐수 처리까지, 우리가 걷거나 차를 타는 도로, 보육시설, 의무교육과 급식에 대한 지원, 공연장과 주변의 공원, 도서관 여성회관, 마을회관 운영 등 우리가 낸 세금은 다양한 곳에 쓰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의 세금은 오용되거나 과용될 수 있고, 성에 대한 이해 없이 편성돼 양성이 평등하게 수혜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전북여성단체연합은 2002년부터 전북도의 정책과 예산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분석하고 있다. 우선 지방자치단체의 조례가 여성정책의 민주성, 투명성, 책임성을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알아보고, 정책의 수립·시행·평가과정, 예산의 편성·집행·결산 등 재정운용 전 과정에서 여성과 남성의 독특한 욕구와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그들의 경험과 관점을 고르게 반영해 특정 성에 대한 편파 없이 공정하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모니터링 한다.
이러한 과정의 출발점은 정책은 '중립적'이라는 통념을 부정하는 데서 시작한다. 공무원들은 정책이나 예산에 무슨 성이 있느냐고 반문한다. 하지만, 정책과 예산을 수립·시행함에 있어서 성별 분리통계를 활용해 정책과 예산이 양성에 미치는 영향을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면, 노인 일자리사업의 경우 65세 이상 여성인구(60.9%)가 많으며, 그 중 독거노인인 여성이 많다. 그러나 남성 참여율(50.8%)이 높게 나타나고, 참여자를 선발하는 심사기준에서 독거노인 10점, 부부 15점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여성 독거노인이 많아 불리하다는 결과가 나온 바 있다. (2005, 전북발전연구원 성별영향평가) 그 결과 여성노인이 선호하는 일자리 정책으로 예산이 확대되었다.
지방정부의 정책과 예산은 여성들의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부문이다. 정책과 예산을 결정하는 자치단체와 지방의회는 국가재정법 제15조 5항에 근거하여 예산의 편성과 집행에 있어서 여성과 남성에 미치는 효과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정부의 예산편성에 반영가기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
여성은 여성 안에 숨쉬고 있는 가부장성을 덜어내고,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맺는 다양한 사람들, 그 관계 속에서 드러나는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성차별적 요소들을 발견해내고, 일과 생활에서 발견한 성차별적 요소들을 하나하나 변화시켜 나가기 위한 힘을 발휘해 성 평등한, 공동체가 살아 숨쉬는 지역사회로의 변화를 가져오는 운동을 함께 시작해야 한다.
/김성숙(전북여연 정책위원장)
▲ 김성숙 전북여성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전북여성농민회연합 부회장, 정읍여성농민회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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