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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사람] 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 원장

"고전 번역 문화 발전 밑바탕 일구는 일"

"생각해 보면 전주분원의 준공식은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너도나도 물질을 중시하며 돈벌이에 급급한 시대, 공자왈 맹자왈 하는 비생산적 서당을 짓는 데 십수억원을 쓴다는 게 이상해 보일 수도 있겠습니다만, 고전 번역은 허황되고 고리타분한 일이 아니라 문화발전의 밑바탕을 일구는 일입니다. 고전번역이 1차, 2차, 3차 생산물을 만들어내는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습니다."

 

30일 한국고전번역원 부설 고전번역교육원 전주분원 준공식에 참석한 박석무 한국고전번역원 원장(67)은 "마땅히 강의할 장소가 없어 여러 곳을 전전하는 등 운영에 있어 어려움을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전주분원은 유일한 지방분원으로서 선구자적 역할을 해왔다"며, 한옥마을에 전주분원 전용공간을 마련한 것을 축하했다.

 

"전주를 포함한 호남지역에도 선현들이 남긴 많은 고전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력 양성은 서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 전용공간이 생긴 만큼 고전문헌을 수집하고 번역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하고 일반인들에게는 한자를 가르치는 교육기관으로서 체계적인 모습을 갖출 수 있게 돼 기쁩니다."

 

한국고전번역원은 1965년 출범한 민족문화추진회를 기반으로 2007년 설립됐다. 전주분원은 1999년 민족문화추진회 부설 국역연수원 전주분원으로 시작, 올해부터 정부출연기관으로 격상됐다. 그동안 6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며, 현재 44명이 재학 중이다.

 

박원장은 "민간 차원에서 이뤄졌던 민족문화추진회가 2007년 정부출연기관 한국고전번역원이 되면서 국가 고전 번역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노력을 본격적으로 하고 있다"며 "전주가 전문인력을 양성해 지방문헌은 지방에서 번역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출 수 있도록 하고 싶다"고 말했다.

 

"전주는 고도이면서도 전통문화에 있어 자부심이 강한 곳입니다. 하지만 전통문화도시가 한옥만 많다고 해서 이뤄지는 것은 아니겠지요. 전통문화도시에 알맞은 내용이 있어야 하는데, 어느 도시에서도 시도하지 않은 교육원을 전주가 만들었다는 것을 매우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박원장은 전주분원이 전통문화도시로서 전주의 정체성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는 "경상도와 충청도에 분원이 생긴다는 말들이 있지만, 경제적인 이유로 아직 다른 지역은 생각할 수 있는 형편이 안된다"며 "전주가 상당한 기간 동안 유일한 지방분원이 될 것 같다"고 덧붙였다.

 

1979년 다산 정약용의 글을 현대적으로 번역한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박원장은 2003년 다산연구소를 세워 이사장을 맡고 있다. 전남 무안 출생으로 13, 14대 국회의원을 지내는 동안에는 고전번역을 담당하는 번역청 설립 등을 제안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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