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 전과자인 것은 아십니까?"
제보 전화가 왔다. 요지는 노인장기요양보험으로 한 방문요양보호센터(재가시설)와 계약을 했는데 한 달 째 치매 걸린 할머니를 보살필 요양보호사가 방문하지 않는다는 것. 그는 재가시설 측이 사전 통보없이 일방적으로 요양보호사를 보내지 않는다고 했다.
건강관리보험공단 관계자에게 사실관계를 묻자 이미 여러차례 공단을 찾았던 A씨에 대해 안다며 이것저것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어 기자에게 되물었다.
"그런데, 그 사람 전과자인 것은 아십니까?"
황당했다. 그리고 동시에 그의 의중을 알아차렸다. A씨는 전과자이기 때문에 그의 말을 그대로 믿으면 안된다는 것이었다.
취재원의 과거가 이 일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궁금했다. 잠시 고민한 뒤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제야 "A씨가 도움을 줘도 받아들이지 않고 오기를 부린다. 재가시설장과 친척인데 집안 싸움이다. 해당 시설에 인력이 부족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결과적으로는 그가 전과자인 것과 아무런 관련도 없는 내용이었다.
해당 관청에 물었다. 차분히 설명하던 그 역시 작은 소리로 "A씨가 전과도 있고 아무튼 좀 복잡하더라고요"라며 귀띔했다. 재가시설 측에 해명을 요구했을 때 역시 '전과자'라는 단어를 들었다.
아직도 우리 사회의 많은 사람들은 과거의 꼬리표로 사람을 평가하곤 한다. 이날 그 사실을 새삼 확인한 것 같아 씁쓸했다. 보살핌을 받지 못하는 할머니의 처지도 안쓰러웠지만 A씨를 민원인이 아닌 전과자로 대하는 그들의 태도와 인식이 더욱 안타까웠다.
'바른생활'을 배우던 초등학생부터 '도덕'을 익히고'윤리'를 깨우치던 고등학생 때까지 수천 번도 더 배웠을 '수오지심(羞惡之心).
동생을 쥐어박던 형도 조금 있으면 미안한 마음이 들고, 어머니에게 짜증을 냈다가도 금새 반성하고 죄송해하기 마련이다. 부끄러움을 알고 반성할 줄 알기에 사람이다.
A씨가 충분히 반성했으리라는 생각보다 신뢰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해석을 앞세워야 했던 이유가 뭘까.
A씨가 어떻게 살아왔건, 앞으로 어떻게 살던 기자에게 애써 피력할 필요는 없다. 사생활이고 취재를 위한 중요한 단서도 아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알게 됐건 A씨 본인은 기자에게 밝히지 않았던 과거를 앞서서 전하려 한 담당자들에게 한 마디 해야겠다.
"부끄러운 줄은 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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