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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사람과 물건의 관계에 대한 생각의 차이 - 임경택

임경택(전북대 일문과 교수)

 

한국사회와 비교할 때, 일본적인 특질이 뚜렷이 드러나는 것 중의 하나가 주위의 물건에 대한 관심이나 물건에 구애받는 모습일 것이다. 사람과 물건의 관계에 대한 생각이 너무나 달라서, 놀라고 당혹스러웠던 적이 매우 많았다.

 

수없이 많은 예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다. 매년 2월 8일은 일본에서 바늘을 공양하는 날이다. 이 날에는 평소에 집에서 사용하다 버리게 된 바늘을 죄다 절에 가지고 온다. 본당 앞에는 두부가 놓여 있고, 그 두부에 가지고 온 바늘을 꽂는다. 스님의 염불이 끝나면 그 옆에 설치된 바늘무덤(針塚)에 넣고 공양을 한다. 일본 전국을 다니다 보면 이러한 종류의 물건들의 무덤이 산재해 있다. 내가 필드워크를 했던 사와라 지역은 과거에 잠사업이 발달하였었는데, 시내 한 곳에 누에공양탑이 있다. 고래를 많이 잡았던 지역에는 고래공양탑, 새우요리 전문점의 식당 뒤뜰에는 새우공양탑, 부채공양탑 등등, 오랫동안 쓰던 물건을 정성스레 공양하는 풍습이 있는데, 과연 이것은 무슨 마음에서 행하는 것일까?

 

장례식 이틀째에 고인의 유품을 나눠가진다든지, 자신의 탯줄이나 배냇머리를 버리지 않고 보관하는 것도 동일한 맥락에서 이루어지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또한 우스갯소리로 일본인이 3박 4일의 신혼여행을 간다면, 그 중 이틀은 오로지 선물을 사는 데 소비한다고 한다. 그들이 이렇게 선물에 집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일본TV에서 본 장면인데, 자기네 집과 가장 인연이 깊거나 의미있는 물건을 하나 들고 나오라고 하니, 어떤 할아버지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자기 집 옆에 떨어진 포탄의 탄피를 들고 나오는 것을 보고 아연해진 적도 있었다.

 

이처럼 물건이 차지하는 존재감과 현실감이 우리와 다른 것은 그 무엇보다도 애니미즘적인 신앙체계를 지닌 신도(神道)의 영향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신도를 근저로 하는 일본인의 민간신앙에서는 자연계의 수목, 암석, 동물에 대해서도 영적인 주체를 상정하고, 물건에 깃들인 이러한 주체의 의사나 영역을 범해서는 안된다고 여기고 있다. 그러한 관념은 용어에서도 나타나는데, 일본의 토착개념인 '모노'라는 말은 물건(物)과 사람(者) 그리고 영적인 주체라고도 할 수 있는 것까지 포괄하고 있으며, 이것들이 연속적인 관계를 가졌음을 인정하고 있다. 즉 절대적인 신이나 권위가 결여된 일본문화에서는 물건이나 장소의 상호성 안에 인간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이, 자기 주위에 일상적으로 존재하는 물건에 대한 관심은 일본인의 즉물적인 사고나 행동과 무관하지 않으며, 그것은 일본인의 생활에서 나타나는 경험의 중시나 실천지향을 초래했다고 생각된다. 일본인의 장인정신을 이러한 관념과 결부시켜 분석하는 학자도 있다. 한편 구체적인 물건에 대한 관심이나 배려가 중심이 되기 때문에, 일본인에게는 추상적인 논리나 보편적인 가치 혹은 이념에 대한 관심이 희박하다는 인상을 주기도 한다. 결국 일본인들에게 진리란 '눈앞의 현실'이며 그것을 보여주는 물건에 대한 감성을 강조하는 그들만의 독특한 세계관이 있다는 것이다.

 

/임경택(전북대 일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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