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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속일 수 없는 연륜…원조 '뺑파전'의 참맛

김일구·김영자 명창 무료공연 마련…27~28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세월이 무상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아무리 '심봉사'를 불쌍하게 해봐도 힘이 실렸었는데, 이제는 늙어서 힘도 빠지고 좀더 '심봉사'와 같아지지 않았나 싶습니다. 허허허." ('심봉사'역의 김일구 명창)

 

"처음 '뺑파'를 했을 때에는 제가 45kg이었어요. 맨날 '심청이' '춘향이'만 했는데, '뺑파'를 한 뒤로는 이쁜 역할이 안들어 오는 거에요. 체격만 봐서는 지금이 '뺑파'지요. 지난해 부터 준비해 왔는데, 갑자기 다리 수술을 하는 바람에 이번 '뺑파'는 큰 제자 김금미에게 넘겼습니다." ('1대 뺑파' 김영자 명창)

 

원조와 복제의 차이는 누가 만드느냐. 이 세상에 '뺑파전'을 낳은 김일구 김영자 명창 부부가 '마당놀이 원조 뺑파전'을 펼친다.

 

"국립창극단 재직 시절, 부부가 주인공이란 주인공은 죄다 도맡아 하다 보니 욕도 많이 먹었습니다. 그래서 우리가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나가자 한 것이 '뺑파전'이었습니다."

 

1981년 첫 공연의 관객은 달랑 15명 뿐. '심청가' 중 '뺑덕어멈'을 내세운 소극장용 '뺑파전'은 당시로서는 획기적이고 실험적인 공연이었다.

 

"15명, 30명, 40명, 100명…. 그 때 '아가씨와 건달들'이라는 아주 유명한 뮤지컬하고 붙었는데, 관객 수가 무섭게 늘어나더니 나중에는 무대까지 관객이 올라와 앉을 정도였죠. 한 번은 문화재들이 우리들이 전통을 망치고 있다고 나라에다가 고발을 해서 조사까지 나왔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생긴 공연인가 하고 봤더니 재밌거든요? 한마디로 '국악의 코미디' 같은 것이었죠."

 

"우리 소리는 늘어지기만 해서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맛깔스러운 해학과 풍자에 넘어가기 시작했다. 하루 2회 공연은 사람들이 공연장을 떠나질 않는 바람에 3~4회로 늘어났다. 28년 동안 이들 부부가 만든 '뺑파전' 관객만 해도 어림잡아 500만명 정도. 국악과 교수들이 모인 세미나 자리에서는 '뺑파전'과 관련된 연구가 발표되기도 했다.

 

"그동안 많은 예술인들이 '뺑파전'을 올렸는데, 원래의 작품에서 퇴색되고 변색된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저작권자로서 저질스러운 대사나 몸짓으로만 승부를 보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죠. 앞으로는 이 원조 '뺑파전'을 전주의 대표적인 공연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2009년판 원조 '뺑파전'의 '심봉사'는 당연히 김일구 명창. '뺑파'는 전주대사습놀이 장원자인 김금미 국립창극단 단원이, '황봉사'는 젊은 명창으로 인기가 좋은 남상일 국립창극단 단원이 맡았다. 특히 처음부터 끝까지 조금이라도 힘을 덜 쓰고 톤을 낮출 수 없는 '뺑파'역은 소리만큼이나 연기력이 좋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에게나 줄 수 없는 배역이었다.

 

이번 공연은 27일과 28일 오후 7시30분 전주전통문화센터 야외놀이마당에서 무료로 진행된다. 마당놀이인 만큼 극 중간 중간 관객들과 거리낌없이 대화도 나눌 예정. 관객들의 끼어들기도 환영이다.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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