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시 전문지 '포에지'는 1999년 여름호에서 이상, 김춘수, 고은, 기형도 등 한국의 대표적인 시인을 특집으로 다뤘다.
특정 국가 시인의 작품만으로 '포에지'가 만들어진 것은 처음이었다. 이는 프랑스의 시인이자 번역가로 한국 시에 깊은 관심을 둔 이 전문지의 편집위원 클로드 무샤르(68)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상실', '여기', '공기', '종이' 등의 시집을 발표한 그는 프랑스 파리 8대학 교수로 프랑스문학과 비교문학을 가르치고 있다.
16년 전 자신이 가르치던 한국인 제자들을 통해 처음 접한 한국의 시에 매료됐다는 그가 제3회 제주세계델픽대회의 언어예술 부문 마에스트로로 초청돼 제주를 찾았다.
그는 10일 "제주델픽대회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이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어서 이에 대한 생각을 적느라고 밤에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고 제주를 찾은 소감을 밝혔다.
이어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시를 읽는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지만, 시가 읽혀야 하는 것은 사회에 대한 저항력이 있기 때문"이라며 "시가 다른 여러 예술분야와 함께 어우러지는 또 다른 표현방식이 창출되기를 바라며 그래서 델픽대회의 역할이 크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고(故) 기형도 시인의 '포도밭 묘지'를 읽고 "완전히 그의 이미지에 포로가 돼버린 느낌이었다"는 그는 "한국 시는 슬프고 절망적인 시에서조차도 어느 나라의 시에서도 찾을 수 없는 희망에 대한 확신을 느낄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시에 대해 내가 아는 지식은 매우 부분적일 수밖에 없지만, 한국 시인 중에 내 삶에 매우 중요한 작가들이 많습니다. 앞으로도 한국 시인의 작품을 계속 읽을 것이고 한국 시를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한 글도 계속 써나갈 생각입니다."
한국 시와 깊은 인연을 이어온 그가 한국의 시를 처음 만난 것은 그가 가르치던 학생들 덕분이었다.
"수많은 외국 학생 중에서도 한국 학생들은 특히 한국의 문학을 이야기해주고 싶어했다"는 그는 "당시 기형도 시인 등에 대해 알게 됐고 한국 시를 번역하면서 한국의 시가 다른 어떤 시와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중요하고 인상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그가 1999년 '포에지'에 소개한 한국 시는 프랑스 시인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기는 계기도 됐다. 그는 이에 관한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조정권의 '산정묘지' 등의 한국 시를 읽은 프랑스의 저명한 시인 필립 자코트에게 받은 편지 내용이었다.
"10년 전에 예상하지 못한 편지를 받았어요. 한 번도 만나지 못했던 위대한 시인인 필립 자코테가 입원한 병원에서 한국시 특집호를 읽고 편지를 보냈죠. '매우 아프지만, 한국의 몇몇 시들이 나에게 살 힘을 줬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클로드 무샤르는 이번 대회에서 12일 열리는 시포럼에 참가하고 13일에는 '소통의 자유로움'을 주제로 강연한다.
그는 "어떻게 우리가 다른 언어로 쓰인 시를 수용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를 논의할 것"이라며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이 흔히 '시는 번역될 수 없고 시는 오로지 언어를 공유하는 집단에만 말을 건다'고 해왔지만,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시의 힘이 존재한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 봄 발간 예정인 '포에지'에 다시 한번 한국시에 관한 특별 보고서를 실을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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