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등산객이 부쩍 늘면서 유명산의 비좁은 둥산로에서는 가볍게 넘기기 힘든 일이 자주 발생한다. 등산객의 발길을 엇갈리게 하는 동선(動線) 때문이다. 우리의 경우 오른손잡이가 대부분이다. 오른손으로 등산로의 난간등을 잡고 오르내리는 것이 편하다보니 본의아니게 우측통행을 하게 된다. 평소 습관대로 좌측통행을 하는 등산객들과 부딪칠 수 밖에 없다. 상식을 벗어난 행동과 현실 사이에 빚어지는 부조화인 셈이다.
이같은 모습은 좁은 산길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은 아니다.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접하는 일이다. 우리는 어려서 부터 배운대로 '사람은 좌측통행, 차량은 우측통행'이란 공식을 거의 세뇌 수준으로 받아들여 왔다. 공중도덕의 기본이며 핵심으로 여겨왔다.
원칙과 현실 사이 괴리의 대표적 사례가 횡단보도 통행이다. 횡단보도에서는 우측보행이 원칙이다. 아이들에게도 그렇게 가르치고 있다. 달려오는 차량과 보행자간의 거리가 그만큼 멀어 안전하기 때문이다. 생활 주변의 회전문이나 지하철 개찰구등도 우측통행이다.
우리의 좌측통행 연원은 일제 식민시대와 연결된다. 1921년 조선총독부는 일본식 교통체계에 맞춰 좌측통행으로 바꿨다. 그에 앞서 1905년 제정된 대한제국 규정은 우측보행이었다. 일본의 좌측통행은 왼쪽에 칼을 찬 사무라이들이 마주오는 상대와 칼이 부딪치지 않도록 왼쪽으로 걷던 습관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그럴듯하다. 해방후인 1946년 미군정은 차량통행을 우측으로 변경했으나 좌측보행은 그대로 두었다. 이것이 그대로 이어져 88년동안 원칙으로 굳어진 것이다.
정부는 현행 좌측통행 보행문화를 내년 7월부터 우측통행 원칙으로 전환하는 개선방안을 지난 4월 발표했다. 이에 앞서 10월 부터는 서울 전체 지하철 역사 안에서 우측보행이 시행된다고 한다. 좌측보행에 맞게 설치된 시설물도 우측보행에 맞게 정비한다.
80여년된 관습을 하루 아침에 바꾸는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보도와 차도가 구분되지 않은 도로의 보행방식은 차량과 마주보고 통행하는게 안전하기 때문에 그대로 좌측보행이 지켜진다. 자칫 혼란이 가중될 것으로 우려되는 대목이다. 아무튼 철저한 준비와 계도로 혼란을 최소화하고 사고도 줄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국민의 안전이 가장 우선돼야 하기 때문이다.
/박인환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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