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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식탁 위의 수다] ①홍차를 사랑한 여인들

왕실전용 음료서 대중적 음료로 탈바꿈

홍차는 영어로는 찻잎이 검다고 해서 블랙티(Black tea)라 불리며, 동양에서는 우려낸 차 빛깔이 아름다운 붉은색이어 홍차(紅茶)라고 불린다. 세계적인 기호음료가 된 홍차는 영국에서 꽃을 피우게 되었는데 이 홍차의 깊은 매력에 빠졌던 여인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16세기 대항해시대에 선교사들과 포르투갈 상인들은 선교와 부의 상징인 향신료의 획득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항해를 하던 중, 일본에 도착하여 당시 무사들이 즐기고 있던 다회(茶會)를 구경한 뒤 충격을 받게 된다.

 

"낡아빠져 금이 간 찻잔 하나가 예수회 일본지부의 1년 경비에 상당하는 금액이라니…."

 

당시 일본 권세가들의 다기(茶器) 욕심을 그들은 좀처럼 이해하지 못했다. 일종의 문화적 충격으로, 상인들에 의해 유럽으로 건너간 차는 음료라기보다는 동양의 진귀한 물품인 만병통치약으로 소개되었다.

 

영국의 끽다(喫茶)문화에 씨를 뿌린 사람은 포르투갈 출신 캐서린 왕비(1638~1705)이다. 그녀는 찰스 2세와 정략결혼을 한 왕비로 많은 지참금을 안고 영국으로 시집을 간다. 그녀가 가지고 간 지참금은 인도 뭄바이(봄베이) 영토, 차와 다기, 그리고 자신이 타고 온 선박의 밸러스트(ballast : 배의 중심을 잡기 위하여 일부러 싣는 물건) 역할을 한 설탕이었다. 영국 왕실에서 홍차는 귀한 기호식품이었는데 여기에 또 하나의 귀중품인 설탕을 넣어 마신다니, 그 당시 궁정에 사치스런 차 문화를 소개하는 셈이 됐다. 훗날 인도 땅에서는 차를 생산하게 되었으니 그녀가 가지고 온 지참금은 모두 영국 홍차 문화 발전에 커다란 기여를 하게 된 것이다.

 

18세기에 들어서면서 소문난 미식가인 앤 여왕(1665~1714)은 아침식사에 반드시 차를 곁들임은 물론, 윈저성의 응접실에 차실을 따로 마련하여 정치적 모임을 위한 티 파티를 자주 열었다. 이 당시부터 티푸드(tea food)로 단과자, 초콜렛, 샌드위치 등이 등장하고, 개인 스푼, 포크, 나이프가 서서히 발달하게 되었으며, 차를 천칭에 정확히 달아 조금씩 상류사회에 보급하기는 하였으나, 홍차는 여전히 화려한 왕실전용의 음료였다.

 

이와 같은 화려한 궁정의 티 파티를 그리워하던 베드포드 공작부인 안나 마리아(1788~1861)는 공작부인들만 모아서 애프터눈 티 파티(afternoon tea party)를 19세기 초부터 열기 시작하였다. 산업혁명의 영향으로 영국의 식사시간이 크게 바뀌어 저녁식사 시간이 오후 8시경으로 늦추어졌는데, 점심이후의 공복을 참기 어려운 공작부인들은 중간에 차와 함께 다식을 들며 에프터눈 티 문화를 정착시켜간다. 따라서 차도 상류사회에서 점차 중산층으로 확산되었고, 일반노동자들도 가끔 차를 마실 수 있게 되었다.

 

1837년 빅토리아 여왕(1819~1901)이 즉위하고, 자국영토인 인도에서 숙원이던 '영제국홍차(英帝國紅茶, The Empire Tea)'가 생산됨으로써 차 생활에 필요한 모든 여건이 갖추어지고 19세기 중반 이후에는 일반 서민들 사이에서도 끽다문화가 보편화되어 마침내 '영국 홍차 문화'가 만개하게 되었다. 빅토리아 여왕은 술보다 차를 마시길 권하며 '끽다정책'을 펼치는데 홍차를 즐기는 3가지 기본 룰을 지킬 것을 제안한다.

 

'첫째 차는 바르게 우리고, 둘째 티 푸드는 풍성하게, 셋째 티 테이블 세팅은 우아하게'. 이 룰이 바로 유명한 '빅토리안 룰'이며, 하루에 7~8회를 즐기던 티타임이 오늘날 많이 줄었으나 영국인들의 홍차 사랑은 여전하며, 세계 최고의 홍차 브랜드 제품을 만들어 내는 홍차의 나라로 인식되고 있다.

 

▲ 푸드코디네이터 송영애씨는

 

기능성식품 최고전문가, 임상영양전문가, 사찰요리, 한국 전통가양주전문가, 푸드코디네이터, 홍차문화전문과 과정을 수료하고 커피바리스타 자격증과 아동요리지도자 자격증을 취득했다. 현재 전주기전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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