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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체육기자의 반성문

문화콘텐츠팀 기자 김준희

지구에 불시착한 외계인이 축구를 본다면, 어떻게 묘사할까?

 

여러 생명체가 직사각형 모양의 공간에서 둥근 물체를 가지고 왔다갔다 하고 있다, 정도가 아닐까?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은 진리다.

 

지난 23일 전남 광양실내체육관. 너비 9m·높이 1m50㎝의 구조물이 18m의 간격을 두고 양쪽에 서 있다. 양 구조물 앞에는 세 생명체가 엎드려 있다. 한쪽에 있는 생명체 중 하나가 둥근 물체를 집어 반대쪽으로 굴린다. 둥근 물체가 바닥을 따라 움직이는 동안 그 안에서 소리가 난다.

 

갑자기 반대쪽 생명체들이 좌우로 움직인다. 둥근 물체가 가까이 갈수록 움직임은 더 빨라진다. 셋 중 하나가 둥근 물체를 몸으로 막는다.

 

이것의 이름은 '골볼'. 시각 장애인들이 즐기는 스포츠다. 한 팀당 세 명의 선수로 구성되며, 반대 골대에 공을 더 많이 넣은 팀이 이긴다. 공 안에는 방울이 있어, 눈가리개를 한 선수들은 이 소리를 듣고 수비도 하고, 공격도 한다.

 

지난 20일부터 전남에서는 '제29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가 열리고 있다. 전북은 이번 대회에 골볼·보치아·론볼·파크골프 등 16개 종목에 170명의 선수가 출전했다. 위에서 설명한 경기는 전북과 서울의 남자 골볼 16강전. 김호진(38)·민경호(43)·김준완(37) 씨가 주전으로 나선 전북은 이 경기에서 서울에 10-0 콜드게임으로 졌다.

 

축구 경기 규칙을 모르는 체육 담당 기자가 있다면? 당장 해고감일 터. 골볼 경기 규칙을 모르는 체육 담당 기자가 있다면? 마찬가지로 해고돼야 마땅하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동등하게 대우하는 사회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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