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고객 여러분, 추석맞이 농산품은 재래시장에서 마련하세요. "
26일 오전 9시 30분, 군산시 대야면 지경리에서 열린 대야 오일장. 추석 대목을 앞두고 장보기에 나선 사람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평소보다 배 이상 많은 사람들이 찾은 이날 대야장에는 모처럼 몰린 인파로 도로에 주차된 트럭이 길게 늘어섰다. 그 자체로도 장관이었다.
추석이 다가오면서 늘 한가했던 '아모레 이용원'에는 아저씨들의 발길이 이어졌고, 그 옆 미용실도 모처럼 아주머니 손님들이 복작댔다. 한자리에서 수십 장사를 해온 약재상과 고추가게집은 상대적으로 발길이 뜸했지만 '사람 구경에 재미져' 근심도 사라진다는 상인들은 연신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무리 어려워도 제사상 만큼은 국산으로 차려야 한다"는 생선가게 주인의 말에 지나가던 사람들이 발길을 멈췄다. 이날 오일장은 찾은 사람들이 가장 많이 찾는 상품은 생선과 과일. 그 중에서도 만원 한장에 20마리짜리 조기가 단연 인기였다.
좌판에서 생선을 파는 김모씨(60)는 명태값으로 지불한 희망근로상품권을 알지못해 실랑이를 벌이다 손님의 설명을 듣고서야 머쓱한 표정으로 조기를 덤으로 얹어주기도 했다. 진안과 임실 고추만 판매한다는 '은우상회' 주인 김순여씨(57)는"평상시보다 배이상 사람이 많은 것 같다"며"재래시장 살리자 살리자 목소리를 높여도 좀처럼 사람이 찾아들지 않던 시장에 모처럼 사람냄새가 난다"고 즐거워했다.
봉동에서 직접 재배한 생강을 팔기위해 대야장을 찾았다는 김모 할아버지(75)는 금산 인삼축제에 생강을 팔러간 이웃집과 수시로 핸드폰을 이용해 판매 상황을 점검하며 매상을 기대했지만 이날 생강판매는 신통치 않은 듯 했다.
추석 대목을 맞아 부모를 도와주기 위해 왔다는 김용훈씨(34)는 파프리카와 버섯을 내놓고 목청을 높이고 있었다.
일명 '메이커 밤'으로 통하는 부여산 햇밤을 파는 황재술씨(51)는 천원짜리 작은 소쿠리 상품을 내놓고 손님을 불러 들인 덕분에 제수용 밤을 구입하려는 사람들이 줄을 이었다. 황씨는 "장이 선지 두시간도 채 안되었는데도 평소보다 30%나 높은 매출을 올렸다"며 즐거워했다.
"어렵지만 잠시만이라도 가족과 함께 고단함은 잊는 즐거운 명절이 됐으면 좋겠어요."황씨는"몸에 좋고 신선한 품질의 상품이 많은데다가 인심까지 좋은 대야장을 많이 찾아달라"며 활짝 웃었다.
군산시내에서 대야장을 찾았다는 최수진씨(49)는"경제가 어려워 갈수록 명절날 친척들도 모이기도 힘들어지지만 간단히 차례상이라도 준비하려고 장에 나왔는데 사람이 많아 명절 기분이 느겨진다"며"대형마트보다는 비교적 값이 싼데도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걸 보니 어렵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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