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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입학사정관제 정착하려면 - 김윤태

김윤태(우석대 교수)

입학사정관제의 기원은 미국대학의 대입전형에서 찾을 수 있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상위권 대학에 유대인 학생의 입학 비율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하버드 대학의 유태인의 입학비율은 1900년에 7%에서 1922년에는 21.5%로 증가했고 콜롬비아 대학은 1918년에 40%에 이르렀다. 따라서 유대인 학생 비율을 낮출 수 있는 입학제도의 개선이 절실했다. 그래서 미국 대학 당국은 학업성적 외에 지원자의 인성, 운동실력, 성향, 리더십 등을 고려하여 학생들을 뽑겠다며 입학사정관제도를 도입했다. 물론 성적의 빛에 가려있는 지원자의 창조적인 면을 발굴하여 키우겠다는 입학사정관제의 취지는 아주 좋다. 하지만 미국에서 입학사정관제도의 도입은 유태인 학생을 배제하고자 하는 은폐된 목적을 갖고 있었다. 이 결과 하버드 대학의 유태인 학생 입학비율은 10%대로 낮아지게 된다.

 

이명박대통령이 지난 7월 27일 라디오 연설에서 임기 말(2012년)쯤 가면 대학들이 입학사정관 전형을 통해 100% 가까이 학생을 뽑을 것이라는 기대를 보인 이후 입학사정관제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대통령은 또 충북 괴산고를 방문한 자리에서 사교육 받지 않고 학교 교육만 받은 사람이 대학가기 쉬운 시대가 열리며, 논술도 시험도 없이 면담만으로 대학에 가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입학사정관제도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미국이 입학사정관 제도를 도입한 의도에서 알 수 있듯이, 다양한 선발방법이라는 미명하에 시행되는 한국의 입학사정이 엘리트 운동선수, 연예인, 동문의 자제, 그리고 기여입학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닌지, 또 대학의 서열화와 빈익빈 부익부, 학벌의 세습으로 이루어지는 은폐된 목적은 없는지 의심스럽다.

 

포털사이트에서 '입학사정관'을 검색해보라! 입학사정관제도 관련 컨설팅을 자처하는 사교육기관이 이미 넘쳐나고, 이른바 스팩(자격증이나 경시대회 수상 등 눈에 띄는 활동 성과물)쌓기 경쟁이 일어나고 있다. 이미 TOEFL, TOEIC, TEPS 등 각종 영어 능력 시험에 각종 경시대회, 봉사 체험이 지옥의 입시경쟁을 낳고 있다. 현재의 입학사정관제도가 사교육열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예고하는 현상이다.

 

공교육이 정상화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다양한 입학사정 문제점은 이미 서울대 특목고 입학자 분석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서울대 특목고생 비율은 1998학년도 24.1%까지 증가하다가 1999학년도 13.9%로 뚝 떨어졌다. 그 이유는 동일계열 비교내신제가 폐지된 결과이다. 하지만 서울대가 2005학년도부터 특기자 전형을 도입하자 각종 경시대회에서 상을 받은 특목고 출신이 대거 합격해 신입생에서 그들이 차지하는 비율이 2009학년도에는 다시 24.3%로 크게 증가했다. 서울대 입학생 4명 중 1명이 특목고 출신이 된 것이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입학사정관제도는 이러한 문제를 더욱 심화시킬 전망이다. 결국 입학사정관제가 강조하는 다양한 전형방법에 특목고가 절대적으로 유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학사정관제도는 미국의 입학사정관제 도입 때처럼 은폐된 목적이 없어야 한다. 입학사정관 제도가 한국에 올바르게 정착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입학사정 방법을 통하여 오히려 일부 특수계층 자녀의 입학비율을 낮추고 사회적 약자에 속하는 가정의 자녀들로 입학사정대상을 제한하여 이들의 능력을 개발하고 기회를 제공하는 역할을 해야 할 것이다.

 

/김윤태(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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