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우물 같은 한글의 매력에 푹 빠졌죠"
"마치 깊은 우물처럼 풍부하고, 과학적인 한글의 매력에 놀란 적이 많습니다. 한국인들은 세종대왕이 계셨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합니다."
9일 전북대가 주최한 '제1회 외국인 글쓰기 한마당'에서 으뜸상을 차지한 중앙아시아 키르기스스탄 출신 이주여성 굴바르친 아지벡코바씨(32·진안군 부귀면)는 한국어와 한글을 독학으로 깨우쳤다며 그 우수성을 거듭 강조했다.
이날 '한국어 공부의 즐거움'을 주제로 글을 쓴 아지벡코바씨는 "한글은 처음에는 참 쉽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어려워진다"면서도 "일본어나 중국어에 비해 쓰기 간편하면서도 사물과 상황을 표현하는 어휘가 풍부하고 과학적이다"고 말했다.
키르기스스탄에서 대학(의료기계공학과)을 졸업, 지난 2000년 3월 진안으로 시집 온 그는 대학시절 우연히 한국의 민간단체를 알게 돼 현지 한국유학생에게 처음으로 한글을 배웠다고 했다.
"지금이야 그렇지 않지만 처음 왔을 때는 한국어 배울 곳이 마땅히 없어 고향에서 가져온 교재로 독학을 시작, 문법과 함께 하루에 단어 30~40개씩을 외웠습니다."
달력 뒷면에 단어를 가득 써서 방을 도배하다시피 한 열정으로 그는 3개월만에 대화가 가능해졌고, 또 1년이 지나면서 유창한 우리말 실력을 뽐낼 수 있게됐다. 이제는 아예 쌍꺼풀 수술을 한 한국인으로 착각하는 사람도 많다고 한다.
그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부족한 엄마가 되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에서 맞춤법과 띄어쓰기·된소리 발음 등 갈수록 어려워지는 한글 공부에 푹 빠져살았다"고 말했다.
덕분에 그는 한국어능력시험 고급과정에 합격했고, 한글 워드와 엑셀·파워포인트 등 각종 컴퓨터 자격증도 따냈다.
초등학교 2학년 큰 딸과 일곱살·여섯살배기 아이(1남2녀)를 두고 있는 그는 현재 진안군보건소 통역요원과 어린이집 방과후 영어교사·여성신문 명예기자로 활동하고 있다.
아지벡코바씨는 "고국 키르기스스탄은 아주 오래전 고유 문자가 사라지면서 라틴어를 사용하다가 이후 러시아 글을 빌려 쓰고 있다"면서 "키르기스스탄에서도 한글을 썼다면 여러 면에서 더 발전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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