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훈(고창 농악보존회 회장)
지난달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제4차 무형문화유산정부간위원회에서 우리나라의 남사당놀이, 강강술래, 영산재, 제주칠머리당영등굿, 처용무가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 결정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있었다. 그리하여 한국은 2001년에 선정된 종묘제례 및 종묘제례악, 2003년에 선정된 판소리, 2005년에 선정된 강릉단오제와 함께 8종목의 세계무형문화유산을 보유하게 되었다. 무형문화유산을 지키는 일을 하고 있는 입장에서 참으로 기쁘고 가슴 벅찬 일이 아닐 수 없다.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는 무형문화유산정부간위원회 위원국(24개국) 및 세계무형문화유산 대표목록 심사 보조국(6개국)으로 활동하는 등 이미 무형문화유산분야에서는 상당한 지도력을 인정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이번 세계무형문화유산 추가 등재를 통해 이 분야에서 한국의 지도력이 한층 더 증대될 것으로 보이며, 한국의 선진 무형문화유산 제도를 배우려는 나라들이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무형의 유산은 1963년부터 국가 중요 문화재로 지정되어 국가로부터 보호를 받고 지원을 받아왔으며 이후 각 지방 자치단체별로도 수많은 유산들이 시,도 무형문화재로 지정되어 그 가치를 인정받아 지원을 받아왔다. 하루가 다르게 많은 무형의 유산을 사라지고 있는 현실이기는 하지만 수천년 사람과 사람을 통해 전해져 내려왔던 무형의 문화유산이 정책적으로 보호받아 대대로 전해질 수 있도록 노력한 우리나라의 노력이 세계에서도 인정을 받은 셈이 된 것이다. 유형의 문화유산과 달리 무형의 유산은 그것을 행하는 사람들이 사라지면 따라서 사라지게 마련이다. 우리나라는 농업이 근간을 이루었던 시대에 노동과 함께 했던 노동요, 농악, 민속놀이등 무형문화의 보고였다. 현대 사회에서는 현장에서 직접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적지만 다행이도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무형문화유산을 지키고자 하는 움직임들이 많이 있다. 전국 방방곡곡 울려 퍼졌을 노동요나 농악, 민속놀이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 되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기는 하지만 머지않아 이루어질 것이라는 희망도 가져본다.
세계무형문화유산 제도는 무형문화유산보호협약 아래 유산이 가지는 탁월한 가치에 주목하기보다는 다음 세대를 위해 인류 공동의 무형문화유산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가와 민족의 문화적 다양성을 인정하며, 정치적 쟁점화를 지양하고 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 해당 유산을 보존하고 전승하는데 필요한 조치를 해나가는 한편 무형문화유산의 보호와 관련하여 범사회적 인식과 이해 도모 및 폭넓은 참여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우리 고유의 무형문화유산임에도 아직 발굴되지 않은 유산을 조사 연구하여 목록화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화재청의 노력에 발맞추어 지방 자치단체에서도 끊임없이 노력하는 자세가 필요하겠다. 수 천년 사람과 사람을 통해 이어져 왔던 우리의 무형유산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됨을 계기로 더욱더 우리의 문화유산에 대한 자부심과 긍지를 가지고 지켜내야 하는 것이 오늘날 우리들의 막중한 임무가 되었다. 행복한 아우성이 절로 난다.
/이명훈(고창 농악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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