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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일본의 상업사회와 그 전통 - 임경택

임경택(전북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한일 양국의 사회를 비교해 볼 때 다른 양상을 보여 주는 것 중의 하나로 상업이나 상인이 차지하는 위치를 들 수 있다. 일본의 상업사회는 동아시아 뿐 아니라 세계의 여러 사회와 비교하더라도 매우 특이한 전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되며, 그것은 일본의 근대화나 경제발전의 특징을 밝혀내는 데 큰 열쇠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상업이 경제의 틀 안에서 파악되기 이전에는 어디까지나 인간관계 그 자체였고, 상품의 품질보다 만드는 사람과 파는 사람 그리고 그 '이에(家)'에 대한 신용에 의해 질서가 지탱되어 왔다. 도쿄와 같은 대도시의 한복판에서야 찾아보기 힘들게 되었지만, 지방의 소도시에서는 여전히 과거로부터 맺어 온 이러한 이에끼리의 단골관계는 대대로 계승되어 왔고, 세대가 바뀌어도 단골관계에 금이 가지 않도록 신경을 써 왔다. 필자의 옆집에 살던 할머니는 물품마다 가는 가게가 정해져 있었던 것을 보고,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또, 내가 냉장고를 사려고 가전제품가게를 하던 친구에게 부탁하였더니, 우리 집은 비싸니까 강 건너의 마트에서 구입하라고 일러주기에 의아해 했던 적도 있다.

 

이러한 양상의 뒷배경을 살펴보니 무엇보다도 가게가 고객의 상담을 기다렸다가 물건을 알맞게 골라서 갖춘 뒤 거래하는 경우가 많은 것이었다. 즉 고객이 하나하나 자세하게 주문을 하지 않더라도 여태까지의 거래를 살펴본 뒤 적절한 상품을 제시했고, 고객은 가게를 믿고 안심하여 그 제안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이런 신뢰관계는 소매상과 도매상의 관계에서도 발견되며, 대대로 이어지는 이러한 신뢰관계가 기초가 되어 단골이 형성되는 것이다. 개인이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거나 속마음을 탐색한다든지 흥정을 한다든지 하여 합의에 이르는 거래는 되도록 회피해 왔던 것이다.

 

일본의 전통적인 거래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양상은 이른바 시장교환과는 거리가 멀고 양립할 수 없는 것이다. 즉 개인의 주체적인 의사와 선택, 흥정과 단기적 합리성 등이 상정되지 않는 것이다. 단골관계로 엮어진 이러한 상황에서는 경제논리의 합리성보다도 사회의 실태를 존중하고, 지역사회 내부의 인간관계가 집적된 것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유동적이고 익명성이 강한 시장에서는 상품의 경쟁력이 상품에 관한 일정한 객관적인 평가기준에 기초하고 있으므로, 끊임없는 경쟁을 피하기 위한 경험적인 전략으로서 상품에 독자적인 가치를 갖추게 하여 안정된 고객을 확보하려 한다. 특히 가업으로 이어 온 경우에는 같은 종류의 상품이라도 독자적인 역사·문화적 부가가치에 의해 상품성을 고양시키려 한다. 차별화를 통해 객관적 비교를 무효화시키려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형적인 예로 들 수 있는 것이 고요타츠(御用達)라는 것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음 주에 소개하도록 하겠다. 이러한 상업전략이 우리의 재래시장 문제에 던질 수 있는 시사점은 없는지 같이 생각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임경택(전북대 일어일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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