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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따구리] 스포츠와 인생 - 김준희

문화콘텐츠팀기자 김준희

이순자(32·도체육회)는 엉엉 울었다. 그가 탄 카약이 골인 지점에 제일 먼저 도착했을 때, 거기 있던 사람들도 같이 울었다.

 

'전국체전 여자 일반 카누 K1-500m 10연패'라는 타이틀 때문이 아니라, '처녀 뱃사공' 시절부터 10년 넘게 그가 흘린 '땀과 눈물'을 알기 때문이다. 이순자는 외려 앞서 열린 남자 일반 K1-500m 결승에 나선 같은 팀 '광수 오빠'를 더 걱정했다.

 

전날 K1-1000m에서 금메달을 놓친 정광수(34)가 '밤새 잠을 못 이뤘다'는 말을 그의 아내이자 친구인 홍성남(32)에게 들었기 때문이다. 홍성남도 도체육회 소속이다. 정광수는 결국 남자 일반 K1-500m 시상식, 제일 높은 시상대에 올랐다. 바로 이어진 경기에서 이순자가 목표를 이루고 뭍으로 나오자, 정광수는 먼저 다가가 '축하한다'며 안아주었다.

 

남자 일반 트라이애슬론 경기에 출전한 이영일(26·전북트라이애슬론연맹)은 마지막 달리기(10㎞)에서 결승선 100m 앞에서부터 토하면서 들어왔다. 지켜보던 어머니(김정하·46)는 아들이 안쓰러워 눈물을 훔쳤다. 아버지(이숙두·54)는 그저 '수고했다'고만 했다.

 

아버지는 고향(정읍)에서 막노동을 하고, 어머니는 오리 공장에서 일한다. 넉넉한 형편은 아니지만, 맏아들이 주는 용돈은 한 푼도 쓰지 않고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된 통장에 넣어준다. 키 165㎝·몸무게 50㎏으로 우리나라 트라이애슬론 선수 중 가장 작은 체구를 가진 이영일이 토하면서까지 끝까지 달린 이유다. 전북은 이번 대회 남자 일반 트라이애슬론 단체전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다.

 

대전에서 열린 '제90회 전국체육대회'가 이레간의 열전을 마치고 26일 막을 내렸다. 각 시·도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저마다 꿈을 품고 이번 대회에 출사표를 던졌다. 누구는 웃었고, 누구는 울었다. 결승까지 오른 선수보다 예선에서 탈락한 선수가 훨씬 많았다. 처음부터 웃고, 우는 경우보다 울다가 웃고, 웃다가 우는 경우가 더 다반사였다. 이것이 인생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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