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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의 문화콘텐츠 50] 순창읍 이기남 할머니댁 고추장 만들기

슬로우 슬로우…맛의 비밀은 '식혜 레시피'

순창읍 가남리 이기남 할머니와 딸이 고추장을 살펴보고 있다. ([email protected])

순창의 고추장을 비롯한 장류야 말로 대표적인 슬로우 푸드다. 패스트푸드에 질린 아이들과 해외여행에 지친 여행자의 입맛을 내는 데는 역시 고추장이다. 젊은이들이야 커피와 샴푸 그리고 고추장도 마트에서 사는 것으로 알겠지만, 알만한 '어른'들은 옹기에서 천천히 숙성되는 '전통고추장'을 진짜 고추장으로 생각한다.

 

인생 매운 줄 모르는 젊은이들이 고추장의 원료가 고추인 줄이야 알겠지만 과연 메주콩이 들어간다는 것을 알까? 거기다 순창의 햇살과 맑은 물을 감싸는 안개, 그리고 장독에서 오래도록 숨 쉰 것이 이 붉은 고추장이란 것은 모를 것이다. 영화 속 자주 등장하는 메타세쿼이어에 햇살이 쏟아지는 순창의 가을 공기가 청명한 날, 전통고추장을 손으로 직접 만드는 민가를 찾았다.

 

고추장 민속마을 반대편 순창읍 가남리에 자리한 이기남 할머니(88)댁 고가에 들어서자 대갓집 기둥과 기와가 예사롭지 않았다. 이 집 고추장 맛은 순창에서 만석꾼이었던 안동 권씨의 세도와 까다로운 입맛이 원천일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즐비한 장독이 눈에 들어온다. 장독 옆에서 일하는 할머니께서 고추장 바른 더덕을 나무 방망이로 찧고 있었는데, 정말로 슬로우 슬로우(slow slow)다.

 

짱짱한 퇴청마루에서 68년 세월의 손맛에 대해 들었다. 선대의 전통을 말하지만 사실 손맛은 시집살이의 산물이다. "잘 느껴 보면 전통고추장은 매운 맛, 단맛, 신맛, 감칠맛이 한 데 어우러져 있어요."

 

좋은 고추장을 만들려면 뭐가 중요한가를 여쭈었다. "일단 좋은 메주를 만들어야 하지요. 11월부터는 매일 메주를 쑵니다." 이 할머니 고추장 레시피의 비법은 식혜에 있었다.

 

식혜를 끓여서 조청이 되기 직전 고추장 재료와 함께 섞으면 검붉은 색깔에 은은한 향기도 일품이라고. 그런데 단맛보다는 약간 짠 듯한 것이 진짜고, 감미로우며 알싸한 맛이 난단다. 햇볕에 잘 건조해 말린 태양초가 필요조건이지만 뭐니뭐니해도 손맛과 정성이 정답이라고 옆에서 따님이 거든다. "고추장 만들기는 한 번 시작하면 쉴 수가 없습니다. 솔직히 돈은 좀 되지만 이건 완전히 중노동이에요."

 

식혜 고추장이라서 최소 6개월 이상의 숙성이 필요하단다. 전통고추장이니 시간이 오래 지나면 살짝 부풀어 오르거나 약간 누기가 낄 수 있는데 이것이 오히려 정상이라고. 이 할머니 고추장은 서울 유수의 백화점에도 납품되고 있었다. 전통장아찌 전수자인 이 할머니 고추장 구입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한 접근이 가능한데 청국장, 된장, 두릅 도라지 더덕장아찌 등도 같이 구입할 수 있다고.

 

/신귀백 문화전문객원기자(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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