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훈(고창농악보존회 회장)
옛날에는 공연을 어디에서 했을까? 주로 마당 판에서 이루어졌다. 공연장이 생기기 전에는 포장을 치고 관람료를 받고 공연을 했다. 열린 판에서 닫힌 공간으로의 과정이 포장걸립이 아니었을까 싶다. 판을 벌이면 언제 어디서든 공연을 볼 수 있었는데 오늘날에는 실내 공연장에서 화려한 조명과 음향 아래에서 펼쳐지는 공연을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대규모, 중규모, 소규모 공연장들이 전국 곳곳에 생겨났으며 자꾸만 자꾸만 안으로 들어가서 공연을 관람하는 문화가 자연스러워졌다. 전라북도에는 전주시에 크고 작은 공연장이 집중되어 있다. 시,군 단위에는 문화예술회관, 문화회관이라는 이름으로 지역민의 문화예술적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건립된 곳이 많이 있다. 그러한 공간들은 현재 어떠한 역할들을 하고 있을까? 애초에 전용극장으로 지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에 공연장이라기보다는 문화 행사를 하는 곳이 대부분일 것이다.
내가 사는 인구 6만의 작은 지역에 도시 공연장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은 훌륭한 문화의 전당이 개관을 한지 1년이 다 되어간다. 처음 공연장을 짓겠다고 나섰을 때 6만의 인구가 사는 작은 지역에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서 큰 공연장이 왜 필요하냐라는 의구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군민들의 우려반, 기대반으로 지어진 문화의 전당을 향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모두가 관심이 쏠린 가운데 개관식은 화려하게 치러졌으며 개관 공연 이후 1년 동안 문화의 전당은 공연과 영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복합공연장으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왔다. 창극, 음악회, 연극, 퓨전국악, 농악, 뮤지컬, 무용등의 다양한 공연물들이 올려 졌고 625석이 매진되는 사례도 여러 번 있었다. 그동안의 공연을 분석해 보면 창극 및 악극, 연극, 국악에 대한 호응도가 높이 나타났다. 그만큼 군민들의 문화를 대하는 관심과 수준이 높아짐으로 해서 행복감을 느끼게 된 것이다. 적은 관람료이기는 하지만 그동안 공연 티켓을 구입하여 공연을 관람하는 부분에 익숙하지 않았던 군민들이 표를 예매하기위해 줄을 서는 모습은 아름다움 그 자체였다. 심지어 인근의 다른 지역에서 공연을 보기 위해 찾아오는 경우도 많았다. 도시에서는 공연물이 넘쳐나기 때문에 공연마다 좌석을 어느 정도 채우고 공연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만큼 어려운 일이라 한다. 공급은 많은데 수요가 적거나 풍요속에서 관심이 상대적으로 적어진다고 보여지는데 오히려 지역에서는 적당한 공급과 수요를 통해 공급하는자나 수요하는자가 서로 행복해졌다. 문화의 전당을 운영하는 행정에서는 군민들에게 행복감을 줄 수 있어서 즐거울 것이고 군민들은 영화나 공연을 보기 위해서 도시로 나가지 않아도 되고 매주 다양한 장르로 공연되는 공연물을 보고 취향대로 골라보는 재미가 있는 일거양득의 효과가 있다. 문화의 전당 개관 1년을 되돌아보면서 더 많은 고민들을 하겠지만 바라옵건데 군민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게 다양하고 수준높은 공연들을 볼 수 있는 혜택을 주기위해 앞으로 더 많은 노력을 통해 고민하고 발로 뛰어야 할 것이다. 군민들과 학생들을 위한 문화체험 프로그램도 만들고 지역에 산재해 있는 문화자원과 재원들을 이용해 그 지역만의 색깔을 지닌 공연 프로그램도 개발하여 지역의 문화를 알려내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여야 한다. 전라북도가 문화중심지로서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기 위해서는 위와 같이 각 지역마다 그 지역의 문화를 대표하고 향유할 수 있는 공간들이 잘 운영되어 서로가 행복한 문화적 삶이 지속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명훈(고창농악보존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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