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광고 독점판매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헌법 불합치 결정으로 연말까지 민영 미디어렙을 도입해야 하는 가운데 관련 법안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지난 5월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일찌감치 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한 데 이어 최근 한나라당 진성호 의원, 자유선진당 김창수 의원이 각각 법안을 제출한 상태이며 내주 중 전병헌 민주당 의원이 당론을 모아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창조한국당도 입장을 정리한 법안을 발의할 채비이고 이정현 한나라당 의원도 독자적인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야당 측 안이 제시되면 미디어렙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도 종합 검토를 마친 다음 이달말께 최종적인 정부 입장을 개진할 예정이어서 다음 달 국회에서 미디어렙 도입안을 놓고 격론이 예상된다.
민영 미디어렙은 방송광고 요금이 자율화되고 방송사가 직접 광고영업을 하는 시장경쟁 체제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것으로 현 방송시장의 실질적인 구조개편을 가져올 단초가 된다.
현행 한국방송광고공사(코바코)의 지상파 방송광고에 대한 판매대행 독점체제에 대한 개선방안이 12월 국회에서 확정되지 않으면 내년 방송광고 시장은 혼란이 불가피하다.
12월 국회에서 미디어렙 관련 법안이 통과된다 하더라도 시행령 개정, 사업자 선정 등 일정을 감안하면 민영 미디어렙의 출현은 일러도 내년 3∼4월께나 가능할 전망이다.
◆ 1민영이냐, 다민영이냐 = 코바코 조직을 개편한 공영 미디어렙을 하나 둬야 하는 것에는 이견이 없으나 민영 미디어렙 사업자수에 대해선 이해관계와 입장이 엇갈렸다.
가장 처음 법안을 발의한 한선교 의원은 방송·광고산업의 활성화를 위해 방송광고시장에 경쟁을 도입해야 한다는 취지로 1공영 다민영 미디어렙(1사1렙)을 주장했다. 공영 미디어렙이 KBS, EBS, 종교방송 등의 광고 판매를, 여러 민영 미디어렙이 SBS, MBC, 지역방송 등의 판매를 대행하는 구조다.
방통위는 사업자수를 명시하지 말고 정책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면서도 1공영 1민영 체제로는 방송광고 독점체제가 해소되기 어렵다고 보고 이 같은 1공영 다민영 체제를 선호하고 있다.
최시중 방통위원장은 최근 국회 답변에서도 "미디어렙 도입이 자유로운 경쟁체제가 활발하게 되는 쪽으로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 의원안 발의 이후 제출된 여야 법안은 모두 1공영 1민영을 지지하고 있다. 방송광고 시장을 완전경쟁 체제에 노출시킬 경우 사실상 방송사의 직접 영업을 통해 방송사와 광고주간 유착, 방송 상업주의화 심화, 광고 독과점 등 폐단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 것이다.
종합편성채널의 성공적 안착을 지원하려는 여당이나 방송의 공영성과 매체 간 공정경쟁 환경에 초점을 맞춘 야당 모두 1공영 1민영 체제에서 절충점을 찾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 입장과 국회 논의결과에 따라 1공영 다민영 체제로 하되 실제로는 1개 민영 미디어렙만 허용해주거나 한시적으로 1공영 1민영 체제를 가되 추후 사업자수를 확대하는 방식의 절충안이 나올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런 점에서 1공영 1민영 체제가 공영·민영 영역에서 사실상 또 다른 독점체제를 가져올 수 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공영.민영방송 구분없이 서로 교차 판매토록 한 이용경 의원안이 주목받고 있다.
◆ 지분규제 상한선은 = 최근 논의의 중심은 사업자수 문제보다 미디어렙의 지분규제 문제로 옮겨갔다.
논쟁의 불씨를 지핀 한선교 의원은 먼저 미디어렙의 1인 지분 제한비율을 51%로 제시, 민영 방송사가 미디어렙을 실질적으로 지배할 수 있도록 했다. 민영 지상파의 대표인 SBS는 당연히 한 의원안을 지지하고 있다.
하지만 미디어렙이 지상파 방송의 자회사가 되면 광고판매 효율성을 높일 수는 있지만, 지상파방송의 광고 독과점을 더욱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지상파의 광고 독주를 우려하는 신문협회는 지상파방송의 미디어렙 지분 참여를 엄격히 제한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최근 발의된 법안은 모두 1인 지분소유를 30%로 제한하고 있다. 이 경우 대기업들의 지분 참여로 방송사가 광고주에 휘둘리는 상황을 초래할 수도 있지만, 지상파 주도의 미디어렙을 견제할 수 있다는 명분에 따라 서서히 대세로 굳어지고 있다.
특히 문제가 되는 지상파방송의 지분 상한선에 대해 이용경, 전병헌 의원은 한 발짝 더 나아가 10% 이하로 제한하도록 문턱을 더 높이려 하고 있다. 진성호 의원은 아예 3년간 지상파 방송의 출자를 금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여기에 이해관계가 얽힌 대기업이나 광고대행사, 신문·뉴스통신사의 지분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지상파의 지분규제 문제는 내년 중에 출현할 종합편성채널의 성패 문제와도 연계돼 있어 국회 논의 과정에서 논쟁의 핵이 될 전망이다.
◆ 종편도 미디어렙 업무영역 포함? =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채널이 미디어렙 업무영역에 포함될지 문제도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선다. 현재 코바코는 지상파방송사의 방송광고만 판매할 수 있다.
지상파 외에 종편.보도채널을 비롯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도 미디어렙의 영업을 허용하면 중소PP 등 취약매체들의 광고가 위축되고 지상파 계열 PP로 광고집중 현상이 생길 수 있을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한국신문협회나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이 같은 지적에 동조하고 있다.
진성호 의원은 이에 따라 3년간 종편.보도PP는 미디어렙 업무영역에서 제외하고 방송광고의 직접 판매를 허용해주되 2013년부터 미디어렙에 의해 간접판매토록 하는 방식을 들고 나왔다.
이렇게 되면 종편채널에 진출한 신문사는 3년간 신문과 종편을 묶어 직접 방송광고 영업을 할 수 있게 된다.
반면 김창수.이용경 의원안과 민주당안은 종편.보도PP의 광고가 모두 미디어렙을 통한 간접판매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용경 의원은 "광고시장 공정경쟁을 위해 보도 기능이 없는 매체에게는 자유영업을 허용하고 보도기능을 가진 종편 및 보도채널은 미디어렙을 통해 방송광고 영업을 하게끔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현 보도채널 YTN과 MBN은 현행대로 직접 광고영업을 선호하고 있고 종편을 준비 중인 신문사들의 입장이 엇갈리고 있다는 점은 논란이 커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도 종교 및 지역, 케이블방송 등 취약매체에 대한 지원방안을 둘러싸고도 미디어렙 논의는 격론을 예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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