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행위는 주로 단순한 일반적인 인간관계가 아니라 어느 개인이 자기가 일부분으로 포함되어 있고, 그렇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고 여기는 인간관계의 망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한 점에서 그 사회 내의 2차 집단을 살펴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일본 사회의 대표적인 2차 집단으로 이에모토를 들 수 있다. 한국이나 중국 등 다른 지역에서 이와 비견되는 것은 발견되지 않는다. 본질적으로 이에모토는 어떤 예술적 기교를 지닌 스승과 그의 제자들로 이루어진 조직이다. 집단 자체가 이에모토라 불리고, 집단의 장(長) 또한 이에모토이다. 이에모토를 가장 특징적인 일본의 2차 집단이라 여기는 것은 그것이 하나의 조직이라기 보다는 생활방식을 대표하는 것으로서 일본인들이 그들 자신과 그들 주위에 조직되어 있는 세계를 보는 구조이며, 문제해결의 열쇠인 동시에 내부갈등과 외부압력에 대응하는 지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에모토는 일본인들이 어떻게 상호관계를 맺으며, 전체 외부세계와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한 한 사회의 안정과 질서를 위해서는 일정한 양식을 전승하고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본문화에서도 마찬가지이며, 정통성이 문제가 되는 특수한 예능같은 경우에는 그 양식성이 한층 더 명료해지는데, 기예의 유파들이 지닌 기능의 세련도나 정신적인 전통에 대해서는 유파를 넘어선 객관적인 평가가 어려우므로, 이에모토의 정통성을 근거로 하여 내부평가 체제를 정리한 것이 바로 이에모토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에모토의 특성은 크게 네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사제관계이다. 제자에 의한 예술의 내용해석의 수정은 철저히 금지되어 있다. 기본적 기교와 수법의 분석, 조직은 스승에 의하여 결정되고 통제된다. 둘째, 교차적 위계질서이다. 제자들은 그들의 스승을 통하여 다른 제자들과 상호연결되며, 스승은 그 자신의 스승을 통하여 연결됨으로써 거대한 조직이 형성된다. 또한 조직 안의 위계질서의 변경은 허용되지 않는다. 셋째, 이에모토(최고스승)이 절대적 권위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모토는 각 유파의 기예의 창시자로부터 그 정통을 이어받은 존재이고, 그 지위는 제자 한 사람에 의해 계승되어 간다. 이에모토는 자격증 수여비와 그 외 여러 가지 행사를 통한 제자들의 수입의 일부는 받는다. 즉 기예와 정신의 양면에 걸친 구심적인 권위구조와 동시에, 실질적인 헌납과 상징적인 하사의 교환체계를 이루고 있다. 넷째, 의사친족구조이다. 스승은 자신을 가장으로 생각하고, 그의 제자들을 자식처럼 대한다.

이러한 이에모토 제도는 현재 일본에서 전통적인 미나 정신적인 이념, 그리고 양식성을 전승해 가는 주체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일반인들로서는 소양을 습득하는 제도이면서 제자 중에서 차세대의 스승을 확보하여 유파를 존속시켜 감으로써 전통예능의 전승과정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조직이 되어 있다.

/임경택(전북대 일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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