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래시장의 화재 불감증이 또 도마 위에 올랐다.
최근 부산 국제시장 화재로 10명이 사망한 가운데 도내 재래시장은 화재로부터 얼마나 안전할까. 17일 전주시 금암동 모래내 시장을 찾았다.
오전 시간인데도 시장 안은 시민들로 북적였다. 시장 입구부터 맞은 편 끝까지 1km가 채 안 되는 폭 3m 남짓의 소방로는 주황색 차선으로 표시돼 있었다.
하지만 상인들이 상점 안팎으로 쌓아 놓은 각종 물품들에 뒤덮여 소방로는 알아보기도 어려웠다. 군데군데 지워진 곳도 많았다. 이미 소방차로는 성인 두 명이 지나가기에도 버거울 만큼 좁아져 있었다.
소방차가 진입하려면 최소 폭 2.5m, 높이 3.2m(물탱크차량 기준)의 소방로가 확보되어야 한다. 하지만 소방로 폭은 1.5m 정도에 불과했다. 애초부터 소방차의 진입은 불가능한 상황이다.
상인들은 불이 나면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며 소방차로 확보에는 무덤덤한 반응이다.
시장 골목 중간에서 떡가게를 운영하는 김모 씨(40)는 "영세한 상인들이라 좁은 가게를 조금이라도 넓게 쓰려다보니 물건을 내놓게 되고 가판을 늘여 놓게 된다"며 "낡은 목조 건물들이 많은 데다 누전으로 인한 화재 위험도 항상 존재한다는 것을 알지만 소방로 확보보다 우리 같은 상인들은 오늘 당장 물건 하나라도 더 파는 것이 중요하다"고 실토했다.
길가에서 30년 째 푸성귀를 팔고 있다는 안모 씨(59)는 "사람도 부딪히고 다닐 만큼 좁은 길이 된 지 오래여서 소방차가 다니는 것은 상상도 못한다"며 "불나면 직접 끄거나 도망나와야지 소방차로는 못 끌 것"이라며 혀를 찼다.
소화기 비치 역시 문제였다.
상인회 관계자는 소방당국에서 정기적으로 소화기 비치 여부나 사용법 교육 등 점검을 한다고 했지만 상인들 말은 달랐다.
소화기를 비치하지 않거나 있어도 사용법을 모르는 상인들이 많았다. 비치된 소화기 일부는 수년 전 제조돼 사용이 불가능 하거나 교체시기를 훨씬 지난 채 방치된 것도 있었다. 갑자기 불이 날 경우 대책없이 피해를 입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소화전은 어떨까.
시장 안에 1개, 골목 끝에 2개 설치된 소화전은 그나마도 자물쇠가 채워져 아무나 열수도 없다.
영세 상인이 대부분인 모래내 시장. 상점 내부는 합판이나 판넬 등을 이어 임시로 가게 형태를 만들었다. 화재 위험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었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시장 전체를 헐고 다시 짓는 대공사가 아니면 상인들도, 행정도 결코 쉽지 않다고 전주시 관계자는 전했다.
모래내시장 상인회장은 "상인들을 끊임없이 계도하고 있지만 소방로가 확보되지 않아 어려움이 많다. 화재로부터 상인들이 스스로 지키는 방법 뿐"이라며 "소화전 내에 보관하는 각종 장비나 호스를 여러차례 도둑 맞아 잠궈뒀지만 아무나 관리할 수 없는 만큼 관리자들이 화재시 즉시 대처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전주 덕진소방서 관계자는 "실제 출동 외에는 강제적인 조치를 할 수 없고 소방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사전 홍보나 계도를 하고 있다"며 "모든 시장 상인이 소방차가 시장 내로 빨리 진입 할수록 피해를 줄일 수 있다는 인식을 갖도록 지속적인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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