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태(우석대 일문과교수)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당선은 세계적으로 감동과 설레임을 갖기에 충분했다.
최초의 흑인출신 대통령이란 점도 그러했지만, 첫 취임연설에서 전임대통령 부시에 의해 진행하던 전쟁을 끝내겠다는 선언은 세계 평화에 대한 희망과 역할에 대한 설레임을 갖게 하였다. 하지만 지금 근동에 위치한 아프가니스탄의 운명은 오바마 대통령에 의해 수만 명의 병력증파계획으로 새로운 전쟁의 기운이 감돌고 있다.
이 기운은 동쪽끝에 위치한 한국에 까지 끼친다. 아프가니스탄은 한국군이 2007년에 인질석방 조건으로 철수한 지역이다. 국민적 합의에 의해 철수한 이 지역에 정부는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재 파병을 기정사실화 하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까지 전쟁을 확장하고 병력증파를 계획하는 미국의 압력에 고민하는 정부의 모습이 보여 지지 않는다. 단지 방한 선물준비에 초조해 하는 안타까운 모습만 읽힐 뿐이다.
재 파병을 용인하는 우리들 대부분의 사고는 이미 길들여져 있다. 아프가니스탄에 있는 자국민을 보호한다는 명분 하나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순간 우리의 뇌는 테러가 연상되고 탈레반을 떠올리며 위험한 곳에서 달러벌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 상상된다. 이렇게 길들여진 서구적인 사고는 스스로 자신이 선 위치를 망각하게 한다. 서구중심사고를 너무도 당연하게 받아들인 결과인 것이다.
"세계평화를 위해 극동에 위치한 한국에서 근동지역 아프가니스탄에 재 파병을 한다." 상상 가능한 유럽의 일간지 타이틀 이다. 철저하게 유럽에 속한 자국민을 위한 타이틀이다. 하지만 이 표현이 우리에게 너무도 친근하다. 아무런 불편함이 없다.
극동(Far East)이라는 용어는 19세기 유럽에서 쓰기 시작했다. 유럽을 중심으로 가까운 동쪽지역 그리스, 불가리아, 알바니아 등이 위치한 지방을 근동(Near East), 동쪽으로 중간지역인 이라크, 이란 등이 위치한 지역을 중동(Middle East), 먼 동쪽에 위치한 한국, 필리핀, 중국, 일본 등이 위치한 지역을 극동(Far East)이라고 불렀다. 유럽에서 자기중심적 사고의 표현이니 충분히 납득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럽중심적 사고가 우리에게도 이미 불편함이 없다는데 문제가 있다. 이 문제는 상상력을 더 발휘해 보면 쉽게 이해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영국의 방송국 이름이 극서(Far West)방송국이고 프랑스의 대학이름이 극서대학이고 극서문제연구소에서 자기가 속한 유럽지역을 연구하고, 유럽문화의 뿌리인 그리스 문화나 기독교 문화의 중심지역을 고대근서, 중서지방으로 학자들이 당당하게 표기하고, 아랍에미레이트와 이스라엘, 팔레스티안, 이라크 등이 위치한 지역을 유럽의 대다수 국민이 중서지방이라고 스스로 표현하고 알고 있으며, 스스로가 자기들은 극서에 산다고 믿는 곳이 유럽인 것을 상상해 보자. 동쪽 끝에 있는 나라의 중심사고로 살고 있는 유럽을 상상해보자.
그러면 이런 사고가 현실인 동쪽 끝에 있는 우리는 방한선물준비에 호들갑들 떨 수 있다. 자동차재협상 하나 더 포장하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다. 우리는 터프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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