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사회팀 기자 김준희
기억은 완전하지 않다.
특히 헤어진 연인 사이엔 전혀 다른 '두 개의 진실'이 공존하기도 한다. 이별을 통보한 사람은 둘이 함께 한 시간을 '달콤했던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지만, 일방적으로 '차인' 이에겐 '지우고 싶은 악몽'일 뿐이다.
최근 장애인 바우처카드 관리 사업에 구멍이 생기면서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지난 9월 전북도 감사관실이 비리의 단서를 포착, 숨통을 조여 오자 바우처카드 수행기관인 전북장애인손수레자립생활협회 임모 회장(43)은 서둘러 해당 실무자와 당시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던 그의 가족(현직 공무원인 남편과 두 조카)을 '잘랐다'. 당시 활동보조사업팀장으로 이용자와 활동보조인을 연결해 주던 업무를 총괄했던 이모씨(39·여)는 "회장은 본인이 다치기 싫어서 아무 통보 없이 나를 파면했다"며 "파장이 가라앉으면 나중에 복직을 시켜주리라 믿었는데…."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이씨는 지난 1월 지체장애1급인 최진호씨(35)의 허락 없이 서비스 50시간을 제공한 것처럼 '서비스 제공 기록부'를 꾸며 그 급여를 일하지도 않은 자신의 친조카에게 주려다 덜미를 잡혔다. 그러나 이씨는 "최씨가 먼저 (바우처카드를 사용하지 않은) 누적분만큼 환급을 요구했다"며 외려 큰소리다.
최씨는 본인 말고도 비슷한 사례가 많았다고 주장했다. 지금은 바뀌었지만, 당시만 해도 바우처카드를 쓰지 않으면 1년간 1000시간이라도 누적되던 때여서 이씨가 이를 악용, 꼼수를 부렸다는 것이다.
사건이 불거지자 임 회장은 "당시 실무적인 부분은 직원들이 알아서 했다. 나는 결재만 했을 뿐 이런 문제가 있는 줄 몰랐다"며 억울해 했다. 누가 더 억울한지는 경찰 수사를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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