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환(전북도 홍보기획과장)
원하는 것을 갖지 못했을 때와 원하는 것을 모두 가졌을 때, 어느 쪽이 더 행복할까? 당연히 후자가 행복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에크하르트 톨레는 "둘 다 불행하다."고 진단했다. 우리의 불행은 전혀 가지지 못했거나 모두를 가졌을 때 생긴다. 가장 행복한 경우는 적당히 가졌을 때다.
로리 서덜랜드는 영국의 광고쟁이다. 그는 이미 우리가 가질 만큼 가졌다고 진단한다. 그래서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뭔가를 더 가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을 '새롭게 보는 것'이라고 말한다. 광고 입장에서 보면, 상품 자체를 바꾸기보다 상품에 대한 인식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조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그 사례로 든 것이 네모난 시리얼 '슈레디스' 마케팅 이야기다. 슈레디스는 실제 상품은 그대로인데 완전히 다른 상품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비법을 발휘했다. 네모난 모양을 살짝 비틀어 다이아몬드 모양으로 배열을 한 것이다. 상품 패키지에 다이아몬드 모양의 슈레디스를 그려 넣었더니 사람들은 완전히 새로운 상품으로 인식했다. 마치 플라시보 효과처럼, 사람들은 맛도 다르다고 인식했다. 어떻게 보면 소비자를 속이는 것이지만, 광고와 마케팅 측면에서는 매우 유의미한 결과를 얻은 셈이다.
이것은 단지 광고의 세계에서만 통하는 이야기가 아니다. 우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문제를 너무 '실제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로리 서덜랜드는 "세상의 구질구질한 온갖 문제를 실제로 바꾸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라, 문제에 대한 인지적 접근 방법을 바꿈으로써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사례로 든 것을 보자. 프러시아의 황제 프리드리히는 밀을 유난히 선호하는 국민들 때문에 빵 가격이 폭등할 것을 우려하여 감자를 식재료로 보급하고자 했다. 그러나 채소를 싫어하는 프러시아 국민들은 감자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개도 먹지 않는 것을 사람이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 그 이유였다. 프리드리히는 이 문제에 대해 어떻게 접근했을까? 그는 "감자는 왕실의 채소이고, 왕족들만 먹을 수 있다."고 선포한 뒤 왕실 전용농장에 감자를 심고 경비병으로 하여금 지키게 했다. 얼마 안 가서 감자가 암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했고 이윽고 전 국민의 식탁 위에 올랐다. "경비병이 지키는 것은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앞 다투어 감자를 심고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는 감자의 품종을 개량시킨 것이 아니라, 감자에 대한 인식을 바꿈으로써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감자를 먹게 만들었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인 아타트루크 대제도 마찬가지다. 그는 여성 차별의 상징인 '베일'을 걷어내기 위해 "창녀들은 꼭 베일을 써야 한다."는 규율을 선포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일반 여성'들이 서둘러 베일을 벗도록 만들었다.
요컨대, 강제하는 것보다 설득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며, 뭔가 기능을 더하거나 품질을 개선시키기보다는 이미 존재하고 있는 것을 새롭게 바라보도록 유도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요즘 우리 사회는 거꾸로 가고 있는 듯하다. 설득보다는 강제가 더 우위에 놓이고, 가지고 있는 것을 새롭게 인식하기보다는 더 경이로운 뭔가를 개발하기 위한 무한경쟁으로 빠져들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 오늘을 살고 있는 우리의 불행이다.
뭘 더 할 수 있을까, 더 많이 가질 수 있을까 고민하는 대신 이미 우리에게 주어진 것들을 즐기고 감사하는 데 더 많은 시간을 쓸 필요가 있다. 넘치는 풍요의 시대에 새로운 물건을 만들어내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하는 사물을 더 잘 이해하고 더 높은 가치를 부여해보자. 그것이 곧 좋은 인생이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길이 아닐까.
/전성환(전북도 홍보기획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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