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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마주보기] 3시간의 행복한 만남 - 이명훈

이명훈(고창농악보존회장)

고창에 있는 모 초등학교에서는 전교생이 농악을 한다. 올해 9월부터 전교생 100여명이 우리 가락을 배우고 있다. 풍물담당 선생님이 필리핀으로 떠나는 바람에 11월부터 수업을 하게 되었는데 학생들을 하루에 3시간씩 만나는 그 시간이 무척이나 행복하다. 그 학교는 교장선생님이 참으로 멋진 분이시다. '할머니들이 어렸을 때 배운 구구단은 지금도 기억하지만 최근에 배운 것은 잘 기억을 못하신다.' 라고 하시면서, 어렸을 때부터 배운 것은 평생 잊지 않기 때문이라며 학생들에게 우리 음악을 배울 기회를 만들어주신 것이다. 학생들은 교장 선생님의 깊은 속을 알지는 못하겠지만 악기는 치는 시간을 무척이나 즐겁게 배우고 있다. 어떤 학생은 이런 말을 하였다. '선생님 학교 수업시간은 참 긴데요 풍물 시간은 너무 짧은 것 같아요'라고. 똑같은 한 시간인데 느끼는 느낌이 다르다는 얘기다. 굿거리, 삼채, 이채가락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우리 민요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자랐던 우리 세대에 비하면 부럽기까지 하다.

 

일제 강점기 문화말살정책에 의해 우리나라의 문화는 거의 단절되다시피 했으며 그때 만들어진 음악교과서도 우리 음악 위주가 아닌 서양음악 위주로 만들어졌다. 그리고 전통문화예술이 문화재로 지정되어 보호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부터이며 국악교육은 1954년 국립국악원 부설 국악사(현, 국립국악고등학교) 양성소를 시작으로 고등교육이 시작되었다. 이후 대학에 국악과가 신설되었으며 각 지역마다 예술고가 생겨나 전문국악인을 양성하게 되었으며 현재까지 수많은 학자들과 예술인들이 배출되었다. 이들의 활동으로 인해 우리 음악은 발전되어 왔으며 국악의 저변확대에 중심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초등교육에서의 우리 음악 교육은 여전히 소외되어 있었다. 초등학교에서 음악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서양음악 위주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기 때문이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우리 음악 교육의 문제점은 끊임없이 대두되었으며 많은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현재 초등학교에서는 특기적성교육, 방과 후 활동, 국악강사풀제등이 도입되었다. 음악교과서의 우리음악 비율도 40퍼센트가 넘는다. 수많은 국악인과 학자들의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현재 각 학교마다 울려 퍼지는 우리 음악소리는 가르치는 사람이나 배우는 학생들을 행복하게 하고 있다. 민요를 흥얼거리고 손으로 장단을 치면서 뛰어 노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우리 음악의 미래가 밝다는 생각을 한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을 통해서 익혀지는 우리 가락이 자라고 또 자라서 먼 미래에는, 옛날에 그랬듯이 생활 속에서 저절로 익혀지는 우리의 고유문화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정권이 바뀌면 또 어떻게 달라질는지는 모르겠지만 현재 우리 아이들의 몸속에 박힌 우리 가락의 생명은 길 것이다. 오늘도 아이들을 만나러 간다. 우리 음악과 함께 아이들과 놀기 위해서.

 

/이명훈(고창농악보존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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