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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연극과 함께하는 메리 크리스마스

'2009 소극장연극제' 전주·익산서 개최

크리스마스 데이트로 연극만큼 좋은 게 없다. 늦게 가기라도 한다면 바닥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야 하는 소극장 공연은 옆 사람과 따닥따닥 붙어앉을 수 밖에 없어 커플 데이트로 제 격이다. 마침, '2009 소극장연극제'가 한창이다.

 

(위에서부터) '구천동 살인사건'. '일상다반사'. ([email protected])

▲ 극단 명태 '구천동 살인사건'

 

"꺄악~."

 

연극 '구천동 살인사건'은 찢어지는 듯한 비명으로 시작된다. 전주시 평화동에 이어 경원동에서 벌어진 두번째 살인사건. 폭설로 무주 구천동의 작은 팬션에 갇힌 사람들은 모두 용의자이자 피해자이다. 과연 누가 범인일까?

 

이번 공연은 세계 추리소설 사상 유례없이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긴 애거사 크리스티 추모 30주기 기념공연. 원작 '쥐덫'을 극단 명태가 5막의 장막극으로 직접 각색했다. 미스테리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사회적으로 이슈가 됐던 '나영이사건'을 집어넣어 전북을 배경으로 바꾼 점이 흥미롭다.

 

공연 중간, 조명이 환하게 밝혀지면 누구라도 짐작가는 범인의 이름을 쪽지에 적어넣어야만 한다. 공연이 끝나고 나면 범인을 맞춘 관객들에게 선물도 준다. (31일까지 전주 아하아트홀)

 

▲ 재인촌 우듬지 '타인의 눈'

 

결혼한 지 1년이 지나자 점차 멀어지는 아내. 아내가 바람을 피운다고 확신하게 된 남편은 탐정회사에 의뢰해 아내를 감시하도록 한다.

 

모든 것을 다 갖춘 상류계급의 40대 남자와 어떤 것도 갖추지 못한 노동자계급의 20대 여자의 결혼생활. '에쿠우스'의 작가 피터 쉐터가 쓴 '타인의 눈'은 영국의 노골적인 계급사회에 대한 조롱이다.

 

재인촌 우듬지가 원작의 의도를 훼손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약간 손을 댔다. (27일까지 전주 우듬지소극장)

 

▲ 극단 작은소동 '마요네즈'

 

차가운 날씨 탓에 자칫 마음도 얼기 쉬운 연말. 최진실 김혜자 주연의 영화로도 제작된 '마요네즈'는 따뜻한 손난로 같은 연극이다.

 

갑자기 나타난 엄마는 첫 만남부터 딸과 티격태격하며 사사건건 부딪치게 된다. 언제까지나 소녀이고 싶은 철부지 엄마와 너무 빨리 철이 들어버린 딸이 벌이는 한판 승부! 엄마와 딸이 함께 보면 더 좋을 연극이다. (31일까지 익산 소극장 아르케)

 

▲ 극단 문화영토 판 '일상다반死'

 

비명횡사팀 444번 저승사자는 갑자기 늘어난 자살로 무척 바쁘다. 우연히 자살을 결심한 남자를 목격하게 된 저승사자는 업무가 늘어날 것을 걱정하며 이 남자와 죽은 자들의 만남을 주선한다.

 

극단 문화영토 판의 대표적인 레퍼토리 '일상다반死'. 2006년 초연된 이후 현재까지 약 2만여명의 관객이 이 공연을 봤다.

 

올 겨울 '일상다반死'는 처음으로 '퍼포밍연극'이라는 타이틀을 걸고 무대와 객석, 연기자와 관객의 경계 허물기를 시도한다. 영화감독 한승룡 전주대 교수가 만든 영상과 만나고 인위적인 음향효과 대신 피아노 연주자가 즉흥연주를 시도하면서 더욱 생생해졌다. (27일까지 전주 소극장 판)

 

도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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