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동안 나는 간이역 주변을 서성이며 오지 않는 기차를 기다렸다. 기차가 서지 않는 간이역에서 톡, 톡, 기다림을 발로 차는 동안 패랭이꽃들은 피었단 지고, 바람은 들녘을 건너갔다 건너오고, 눈발은 나뭇가지 위로, 침목 위로 내려앉았다.
기다림에 지친 나는 가끔씩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철로 위를 달려보기도 하고, 기차가 산모롱이를 돌아오고 있는지 레일에 바짝 엎드려 귀를 대어 보기도 했다. 이제 그만 기차를 포기할까 생각하고 있을 때, 차창에 노란 손수건을 매단 기차가 끼이익! 내 앞에 멈추어 섰다. 성탄절 전날 저녁이었다.
노란 손수건은 필시 오래전 돌아가신 아버지가 하늘에서 보내준 성탄절 선물이리라. 손수건을 바라보는 동안 따뜻한 손 하나가 내 어깨에 걸쳐졌다. 그때 지나가던 구름이 눈발 몇 개를 흩날려도 좋았으리라. 아니면 은하수의 별 몇 개 내려와 크리스마스트리 위에서 반짝여도 좋았으리라. 나는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크고 억센 손등에 가만히 내 손을 얹었다.
낱말과 낱말, 문장과 문장 사이를 부유하던 시간들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순간들이었지만 행복한 시간이기도 했다. 나를 절망하게 했던 글들이 내가 넘어질 때마다 오히려 손을 내밀어주었듯이, 이제는 내 글이 다른 이를 찾아가 따뜻한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필의 길을 가르쳐 주신 교수님들께 오롯이 당선의 영광을 돌린다. 언제나 큰 힘이 되어 준 김영식 시인께는 어떻게 감사의 말을 전해야할지 모르겠다. 늘 격려의 말씀으로 힘을 북돋아 주던 김은주 작가님께도 감사를 드린다. 문학을 함께 공부한 '동목수필문학회', '문맥' 식구들과 덜 자란 글들을 보고도 매 번 칭찬을 마다않으며 용기를 세워준 '미리내' 식구들에게도 감사를 드린다. 나만이 부를 수 있는 애틋한 이름인 남편과 글을 쓰는 엄마를 자랑스러워하는 아이들에게도 사랑한다는 말을 전한다.
끝으로 부족한 글에 눈 마주쳐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과 전북일보사에 감사드린다. 어쩌면 이제 더 아파해야할 시간들만 남았는지 모르겠지만 이 순간만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다는 걸 굳이 감추고 싶진 않다.
△ 문솔아 : 본명 문춘희, 1964년 부산 출생, 영남대 사범대학 국어교육학과 졸업, 2008년 시흥문학상 수필부문 금상 수상, 2008년 대구문학 수필부문 신인상 수상, 경주대 사회문화교육원 문예창작반 수료, 동리목월 문예창작대학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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