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부터 12월까지 5개월간 전국 27개 여성농업인센터에 61명의 이주여성농업인 어학강사와 보조교사들이 일을 해왔다.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여성농업인센터들은 많은 도움을 받았고, 이주여성농업인들은 수혜대상이 아닌 서비스 제공자로 일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1억 7400만원의 많지 않은 예산으로 27개 센터의 1800명의 영유아, 아동, 청소년, 농업인들이 영어, 일어, 중국어, 태국어 등 외국어도 배우고, 아시아 각 나라의 문화를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이러한 소중한 경험들을 놓치기 아쉬워 이주여성농업인들의 글과 각 센터 담당자들의 글을 모아서 책을 준비하고 있는데 그 속에는 갖가지 사연들이 담겨 있다.
'코리안 드림'을 안고 한국에 온 베트남 이주여성의 스물 다섯 살이나 더 나이 많은 남편은 남에게 한없이 퍼주고 속 좋은 남자였지만, 철이 없고 무능하여 돈벌이할 생각은 아예 하지도 않았다. 20여 개월 된 딸은 태어나면서부터 너무 몸이 약해 병원 신세를 지는 날이 많았다. 그녀가 센터 어린이집 보조교사로 일하게 되면서 벌어온 돈을 시어머니가 내놓으라고 한다. 그녀를 데려오며 진 빚을 갚아야 한다고. 고작 스물 셋밖에 안된 그녀의 해맑은 얼굴에 눈물 마를 날이 없다.
필리핀에서 온 한 이주여성의 남편은 무면허 음주 운전으로 사고를 내고 뺑소니를 쳐서 감옥에 갔다가 출소 후 알콜중독으로 병원에 입원을 하였다. 시어머니는 어떤 때는 구타도 하고 부엌문도 잠가버려 방에서 밥을 해 아이와 함께 간장을 반찬으로 먹기도 했던 그녀가 지난 5개월간 센터 교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큰 의지가 되었다. 그녀가 일했던 센터에서는 이 사업이 끝나면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까 고민하고 있다.
한국에 온 지 31개월 된 베트남 이주여성은 처음 한국에 왔을 때 부모님 생각에 매일 울며 지냈고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고 한다. 농촌으로 시집을 와 보니 빚도 있고 형편이 많이 어려웠다. 그래서 몇 번 직장을 다녀보려 했으나 어려운 점이 많았었는데 이번 센터 보조교사 일은 어렵지 않게 적응하고 보람을 많이 느끼고 많은 것을 배웠다고 한다. 베트남에 친정어머니가 많이 아프신데 월급을 저축하여 꼭 다녀오고 싶단다.
버스 차비 1000원도 아끼려 30분씩 걸어 다니던 필리핀 이주여성은 첫 월급 타서 필리핀에 있는 엄마에게 10만원 보내드리고 시어머니, 시아버지 용돈 5만원씩 드리고 자기 구두 하나, 가방 하나 샀다고 한다.
농촌에서 보통 이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자리는 일당제 농업노동이나 식당 등이었다. 또한 그들을 위한 교육은 한글교육, 문화, 요리 등에 불과했다. 그들에게 전문적인 일자리를 제공하고 그들이 능력을 펼칠 수 있도록 한 이 사업과 같은 좋은 정책들이 많이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임덕규(부안여성농업인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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