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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쓰는 전북 기업사] ③광복 후 전북의 기업들

제조업 생산 1962년 전국 6%에서 1982년이후 2%대로

1970년·80년대 전주·군산·익산 등지에 조성된 공업단지에 많은 기업체들이 입주하면서 전북지역의 제조업 분야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윤홍현([email protected])

1945년 광복 이후 일본 자본과 기술이 철수하면서 국내 공업은 어려움에 빠졌다. 일제시대에 구축된 남농북공(南農北工)의 경제구조로 인해 남한은 공업 수요에 대한 공급이 부족했고, 특히 군산의 경우 쌀 수출항으로서의 기능이 상실되면서 정체와 쇠퇴의 상황에 처했다.

국내 경제기반을 장악하고 있던 일본인들이 철수한 뒤 기업들은 원료 구입난, 기술 부족, 판로 상실 등으로 공장 가동이 어려웠고, 상당수 공장이 문을 닫았다.

1946년 군산지역에 청구목재, 동인화학이 설립되기도 했지만 백화양조를 비롯해 경성고무, 북선제지, 문화연필, 전주방직, 전주한지 등 많은 기업들이 원료공급 부족에 시달리다 휴업하는 일이 잦아졌고, 갑작스럽게 북한과 중국 시장을 잃은 기업들은 생산품을 팔지 못해 공장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했다.

▲ 소비재 공업이 대부분

1948년 정부 수립 후 미국의 원조가 활발, 공업활동이 회복세를 보였지만 1950년 터진 6.25전쟁은 전국의 공업시설에 막대한 타격을 가했다. 당시 4.4% 정도의 공장시설을 유지하고 있던 전북도 예외는 아니었다.

다행히 1952년 무렵 도내 대부분 공장시설이 복구됐고, 섬유와 직물, 기계, 제지 등 모두 402개 공장(종사자 9,538명)이 가동에 들어가 전후 수요가 급증한 공산품을 공급했다. 이처럼 공장이 활기를 띄면서 1956년 무렵에는 모두 817개(종업원 1만2000명)가 가동됐다.

하지만 대부분 공장들은 규모가 영세했고, 소비재공업이 대부분이었다. 당시 도내 기업들 가운데 철강과 비철금속, 석유화학 등 기초소재 관련기업은 전무하다시피 했으며, 이같은 공업구조는 '낙후 전북'이란 오명을 오랫동안 지속시킨 원인으로 작용했다.

1950년대 전북의 주요기업은 군산과 이리, 전주에 집중돼 있었다. 군산에는 고려제지(주), 풍국제지(주), 한국주정공업(주), 청구목재(주), 경성고무공업사, 한국조선회사, 한국원양제빙회사, 조선특수이기연구소 등이 있었고, 이리에는 한양직물공장, 남선고무공업(주)가 가동됐다. 전주의 경우 전주방직사, 삼성제사소, 문화연필(주) 등이 주요 기업이었다.

1960년에 발간된 전라북도 상공자료에 따르면 당시 도내 상공업단체는 전북메리야스공업협회 등 13개 협회(조합)가 있었고, 회원수는 1,114개사였다. 주요 업종은 메리야스, 직물, 성냥, 한지, 요업, 공예, 고무공업, 중소 섬유, 철공, 석기 등이었다. 이들 중 직물공업 회원수가 99개사인 것을 비롯해 한지 150개사, 공예 150개사, 중소섬유 86개사, 철공 115개사, 특산물 328개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 80년대 주요 대기업 30여개

우리나라의 산업구조에 결정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한 시기는 1960년대다. 또 이 무렵 정부의 산업정책은 현재까지 전북의 상대적 낙후를 고착화시켰다고 볼 수 있다.

1984년 발간된 한국은행 자료 '국민소득계정'에 따르면 1961년 39.1%였던 농림어업 비중이 1983년 13.7%로 뚝 떨어졌다. 반면 1961년 15.5%였던 광공업 비중은 1983년 28.9%로 뛰었다.

하지만 전북의 공업은 전국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갈수록 작아졌다. 전북의 제조업 생산이 전국 제조업 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962년 6%에 달했지만, 1982년에는 2.92%로 떨어졌다. 이같은 현상은 경기, 경상지역에 비해 뒤진 공업단지 조성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전북의 첫 공업단지인 전주공업단지는 1969년 11월에야 준공됐다. 이어 1974년 12월에 이리공단이 준공됐고, 전북의 본격적인 공업단지라고 할 수 있는 군산임해공업단지는 1979년에야 조성됐다. 전주공단과 이리공단이 섬유와 제지, 종이, 귀금속 가공 등 소비재 중심의 경공업종으로 구성된 데 비해 군산임해공단에는 한국유리, 두산유리, 쌍용양회, 동양시멘트, 영진주철, 한전, 청구목재, 대한통운, 한국카디날장갑 등 철강, 기계, 시멘트, 유리, 화학, 목재가공 등 입주, 전북 제조업의 구조적 변화를 예고했다.

도내 공업생산이 집중된 전주·이리·군산지역에 산업단지가 들어서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1980년대 전북의 주요 대기업은 33개였다. 종업원이 300∼3000명에 달한 대기업은 호남식품, 대한방직, 삼양사, 전주제지, 문화연필, 백양, 백화양조, 한국합판, 청구목재, 세대제지, 경성고무, 후레아훼손, 동양스와니, 쌍방울, 올림포스정밀, 두산유리, 호남잠사, 전북제사, 삼양식품, 한국카디날 등이었다.

80년대 들어 도내 제조업 구조가 식음료품(콜라, 사이다, 술 등)과 담배 등의 비중이 떨어지고, 화학, 프라스틱, 비금속 비중이 커지는 등 변화가 일면서 사업체 규모도 중기업, 대기업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었다.

▲ 80년대 이후

80년대 이후 도내에는 동양화학(OCI), 기아특수강(세아베스틸), 대상, 한국유리, 대우자동차, 현대자동차, LS전선, KCC 등 굵직한 기업들이 들어서고, 군산과 군장, 익산 국가산업단지에만 600개가 넘는 기업들이 들어서 6000억원에 달하는 생산을 하고 있다.

최근들어 세계적 기계공작 기업인 두산인프라코어와 현대중공업 군산 조선소가 입주했다. GM대우와 타타대우, 현대자동차 등 자동차 3사가 가동하면서 자동차기계부품산업이 함께 부상했고, 첨단 인쇄전자산업과 탄소 소재산업, 신재생에너지 관련 산업, RFT산업 등이 전북의 미래 산업으로 급부상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입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새정부들어 탄력을 받고 있는 새만금지역은 전북 공업의 미래를 더욱 밝게 하고 있고, 90년대까지 타지역으로 빠져나갔던 섬유 관련산업도 들썩거리고 있다. 한지산업은 한류·디자인과 결합, 새로운 가치 창출을 예고하고 있다.

 

김재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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