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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줄날줄] 스타일과 내복 - 이영진

이영진(여성다시읽기모임회장)

'style : 패션이나 헤어 등 시대와 지역에 따라 유행하는 특정한 양식''스타일이라고 할 때에는 무엇을 표현했나보다 어떻게 표현했나와 밀접한 관계를 갖는다' '패션(fashion) : (…) 논리적이거나 추상적인 이유보다는 사소한 취향에 따라서 변한다. (…) 패션은 미학과 혁신의 틈에 있는 것이다.' -한국어 위키백과사전

 

얼마 전 남편이 몰래(?) 인터넷쇼핑을 해왔다. 부지런하고 섬세한 멋쟁이들만이 소화할 수 있는 부츠라고나 할까. 신발끈이 재크의 콩나무처럼 끝도 없이 길고 부츠의 총길이는 발목을 넘어 무릎에 육박하는, 옆에 지퍼도 없어서 남편처럼 단순한 남성은 '절대 절대' 신을 수 없는 부츠였다. 그러나 스타일에 속고 트렌드에 속은 남편은 구두수선점에 지퍼 부착을 맡기는 또 한 번의 만행(?)을 저질렀다. 역시 자신만의 스타일은 돈이 든다. 게다가 남편은 그 부츠에 맞는 스키니 바지를 입어야 한다기에 옷집에 가서 여러 바지를 섭렵해 봤지만 역시 40대 중년의 허약한 허벅지에는 스키니가 얼토당토 않다는 것을 뼈아프게 느끼고 옷집을 나와야 하는 쓰라린 경험만 하고 말았다.

 

도대체 결혼 전에는 촌스러움의 경계를 부지기수로 넘나들던 남편이 왜 그렇게 트렌드와 스타일에 민감하게 되었을까. 아마도 옷을 좋아하는 아내의 영향력도 있었겠지만, 요즘처럼 스타일과 패션과 트렌드와 '간지'에 목숨을 거는 시장 논리에 낚여버린 탓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자본과 시장의 영향력은 온 나라의 일반인들에게 다양성을 삭제한 외모지상주의라는 독이 든 세례를 퍼부어주기도 했다.

 

앞에서 위키백과가 말해주듯이 스타일이란 무엇을 표현했나 보다는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이다. 자신의 가장 멋진 모습을 효과적으로 끌어낼 수 있는 자는 스타일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트렌드는 그걸 용서하지 않기도 한다. 트렌드를 벗어나면 아무리 어울려도 어쩐지 촌스러워지고 스타일이 없는 것처럼 보이게 만든다. 트렌드의 독재시대랄까?

 

10대에 막 들어선 조카가 멋을 내기 시작했다. 그런데 그 '멋'이라는 게 어른들의 눈에는 위험천만(?)해 보였다. 여름에는 땀 흘리며 두꺼운 옷을 입거나 겨울에는 여름옷을 입어 사람들을 기함하게 만드는 재주를 가지고 있었다. 물론 내복은 입지 않는다.

 

올 겨울에도 어김없이 얇은 스타킹과 핫팬츠에 그걸 가리는 길다란 면티셔츠를 입었다. 마치 티셔츠 하나 입은 것처럼 보이는 모습에 엄마 아빠를 흥분하게 했다.

 

그런데 그 모습들을 종종 거리에서 본다. 바가지 단발머리, 똥머리 등에 보기에도 추워 보이는 가을 옷들을 '쑥' 빼입고 오돌오돌 떨면서도 당당하게 거리를 활보한다. 물론 청춘들이니 춥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나 다운타운가의 10대 청춘들이여, 님들은 아직 스타일을 빚어내기에는 조금 미성숙한 건지도 모른다. 그리고 스타일 가꾸기란 감기가 들지 않는 한도 내에서 하는 것이 좋다. 겨울에 두툼한 코트가 입기 싫고 헐리웃 스타처럼 간지나게 입고 싶다면 내복을 입자. 그리고 부모님께 당당하게 외치자. "나 내복 입었어!!"

 

자신이 원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은 종종 일치하지 않는다. 아니 슬프게도 거의 일치하지 않는다. 그건 패션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랑도 그렇고, 직업고 그렇고, 심지어는 음식도 그렇다. 아마도 삶이 그러한 것일 게다. 그리고 스타일이란 원하는 것과 어울리는 것의 접점을 찾아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스타일의 길은 멀고 험하다. 그리고 자신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은 그냥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스타일이 없는 시대에 나의 다양한 욕구를 대변하고 나에게 어울리는 스타일을 만들어가는 것, 이야말로 '간지나는(?)' 혁신적인 일일 것이다.

 

/이영진(여성다시읽기모임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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