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가운 바닷 바람·따뜻한 햇살 담은 겨울철 별미…숙취 해독·고혈압등 성인병 예방 효험
과메기 하면 포항, 포항 하면 과메기다.
'원조 과메기'는 갓 잡은 청어를 바닷물로 씻어낸 후 내장을 제거하고 해풍에 꼬득 꼬득 말려낸 것이다. 하지만 포항에는 옛날에 먹던 '원조 과메기'가 없다. 과메기 재료로 청어(靑魚) 대신 꽁치를 쓰고 있어서다. 1960년대까지만 해도 동해에서 청어가 흔하게 잡혔지만, 1970년대엔 씨가 말랐다. 북태평양에서 원양어선이 잡아 냉동해 들여오는 꽁치가 과메기 재료로 등장하게 됐다.
본래 과메기는 청어로 만들었다. 청어 눈(目)을 뚫어 지푸라기 등으로 엮어 말렸다고 해서 '관목청어(貫目靑魚)'라고 부르기도 한다. '원조 과메기'는 청어를 반으로 가르지 않고 통으로 말렸다. 통째 만들면 '통마리 과메기'라고 하고, 배를 따고 반으로 갈라서 말리면 '배지기 과메기'라고 한다.
옛날에는 과메기가 대부분 '통마리'였는데, 요즘은 대부분 '배지기'를 선호한다. 과메기에 익숙하지 않은 외지인이나 젊은 사람들은 기름이 적고 비린내가 덜한 '배지기'를 선호해서다.
그런데 청어 과메기가 최근 다시 나왔다. 포항이 아닌 경북 영덕이다. 영덕의 작은 어촌마을 창포리 다섯 집에서 6∼7년 전부터 청어 과메기를 만들기 시작했다. 마을 주민 일부가 청어로 과메기를 만들어 주변 사람들과 나눠 먹은 게 시초였다. 특히 귀한 손님이 오든가 특별한 일이 있으면 내놓은 귀한 음식이다. 구워도 먹고 찌개도 끓여 먹고 죽도 쒀 먹을 수 있다.
청어는 몸통 너비는 꽁치의 두 배 정도다. 과메기로 만들려면 더 오래 걸리는 게 당연. 꽁치는 사나흘, 길게는 일주일 정도 말리면 과메기가 되지만, 청어는 일주일 이상이 족히 걸린다. '통마리'로 만들려면, 보름 이상이 걸린다. '청어 통마리'는 최소 한 달에서 한 달 반은 잡아야 한다. 청어 과메기는 찰지면서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있는 반면, 꽁치 과메기는 부드럽고 촉촉하며 풍성하다. 물론 기름은 청어가 훨씬 많다고 한다.
사실 창포마을 사람들이 청어 과메기를 만들어 먹은 건 청어 알 때문이다. 양력 설부터 산란하는 청어는 이즈음 알을 밴다. 이 청어로 '통마리'를 만들면 맛이 기가 막히다는 것이다.
하지만 '통마리'는 아직 맛볼 수 없다. '배지기'는 내장을 제거해 온도가 높아도 상하지 않고 마르지만, '통마리'는 기온이 0도로 뚝 떨어질 때부터 해야 한다.
과메기는 김이나 월동 배추 속 위에 과메기, 생미역, 실파, 마늘, 풋고추 등을 얹어 쌈장과 초고추장을 곁들이면 동해 갯내음이 전해온다. 바다 가까운 덕장에서 말려 속살이 불그레한 게 좋은 상품. 등이 푸르고 윤기가 나며 배가 홀쭉한 것도 좋은 과메기다.
과메기는 안주감으로 그만이다. 꽁치에 '아스파라긴산' 성분이 들어 있어 숙취 해독에도 좋다. 고혈압이나 간 기능 개선 등 성인병 예방에도 좋은 건강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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