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기사 다음기사
UPDATE 2024-12-11 17:39 (수)
로그인
phone_iphone 모바일 웹
위로가기 버튼
chevron_right 문화 chevron_right 전시·공연
일반기사

[최동현의 명창이야기] (17)최초의 여류 스타 명창 이화중선(2)

파란만장한 '소리 인생'

이화중선이 남원 권번에 기적을 올렸다고 했으므로, 최초의 판소리 수업은 그곳에서 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화중선은 장득진이라는 사람에게 소리를 배웠다고 알려져 있다. 전하는 이야기에 의하면 이화중선은 장득주라는 큰 무당에게 소리를 배우려고 장득주의 동생인 장득진에게 시집을 갔다고 하였다. 장득진과 장득주는 형제간으로 순창군 적성면 운림리 사람이다. 장득진은 남원 수지면 장국리에서 살다가 순창으로 이사를 하였는데, 이화중선이 장득진을 만났다면 장득진이 수지면 장국리에 살고 있던 때였을 것이다.

 

이화중선이 장득진과 혼인을 한 것은 확실하다. 순창군 적성면에 있는 장득진의 호적에 이화중선이 첩으로 올라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득주에게 소리를 배우기 위해 장득진과 혼인을 했다는 말은 아무래도 어색하다. 그보다는 장득진에게 직접 소리를 배웠을 가능성이 높다. 장득주와 장득진은 조선조 말의 미남 명창 장재백의 조카이다. 장재백은 순창 사람이라고 하지만, 호적과 묘지가 남원에서 발견된 바 있다. 그래서 아마도 송흥록이 죽은 이후 남원 판소리를 잇기 위해 순창에서 남원으로 이사를 왔을 것으로 여겨진다. 실제 남원 판소리를 이어온 김정문, 유성준 등이 다 장재백과 인척간이다. 장득진 또한 장재백이 남원에 살 때 남원 수지에 살았던 장재백의 조카이며, 순창 적성 사람들이 장득진이 큰 무당으로 소리를 했는데 이화중선이 그에게 소리를 배웠다고 증언하는 것으로 보아, 이화중선이 초기에 장득진으로부터 소리를 배운 것이 분명하다.

 

이화중선이 이름을 얻은 것은 1923년이었다. 이화중선은 1923년 경복궁에서 개최된 판소리대회에서 <추월만정> 을 불러 그 때까지 최고 명창으로 인기를 구가하던 배설향을 압도한 이후 단번에 우리나라 최고의 여성 판소리 창자로 군림하게 되었다고 한다. <추월만정> 은 뜰에 가을 달빛이 가득하다는 뜻으로, <심청가> 에서 황후가 된 심청이가 아버지를 그리워하며 탄식하는 대목이다. 1923년 이후 <추월만정> 은 이화중선의 최고 히트곡이 되어 이화중선의 등록상표나 마찬가지인 노래가 되었다. 이 노래는 임방울이 <쑥대머리> 를 부르기 전까지는 판소리사상 최고 인기곡이었다.

 

이화중선은 상경한 후 송만갑 이동백 등에게 판소리를 배웠다고 한다. 이화중선이 장득진에게 소리를 배웠다고 했지만, 장득진은 크게 이름을 날린 소리꾼은 아니었기 때문에 제대로 된 소리는 상경 후 송만갑 등으로부터 배웠다는 것이다. 진정한 소리꾼이 되기 위해서는 이름 있는 소리를 배워야 할 필요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화중선의 활동은 주로 협률사를 통해 이루어졌다. 협률사란 전국 곳곳을 떠돌며 포장을 치고 공연을 하던 전통예술 공연단체를 이른다. 20세기 들어서 판소리 공연 방식은 이 협률사 공연이 중심이 되어 김창환, 송만갑, 김채만 등도 협률사를 조직해서 활발하게 활동한 바 있다. 이화중선의 인기는 대단해서 가는 곳마다 돈을 가마니로 쓸어갈 정도였다고 한다. 김소희도 어렸을 적에 이화중선을 따라 처음으로 협률사 무대에 섰고, 임방울도 후에 이화중선과 같이 공연을 다녔다. 정정렬, 박록주, 김소희, 임방울과는 판소리 음반사에서 최고의 명반으로 꼽히는 빅터판 '춘향전 전집'을 같이 녹음하기도 했다. 정정렬 다음으로 이화중선이 나이가 많았기 때문에 이 음반에서 이화중선은 월매 역을 맡아 소리를 했다.

 

이화중선은 목소리가 좋아 아무 힘도 들이지 않고 소리를 하는 듯이 보인다. 성대가 너무 좋아서 별 힘을 들이지 않아도 소리가 잘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화중선의 소리는 격렬한 감정보다는 차분하고 슬픈 감정을 노래하는 데 적절하다. 이화중선이 그의 동생 이중선과 같이 부른 <육자배기> 로 유명한 것도 그 때문이다.

 

/최동현(군산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전북일보 [email protected]
다른기사보기

개의 댓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0 / 400
문화섹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