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이 세종시로 들끓고 있다. 정치권은 연일 싸움에, 자치단체의 입장도 지역에 따라 첨예하다. 엄연히 존재하는 찬반의 논리마저 그 가치가 퇴색된 지 오래다. 새로운 동력을 앞세워 지역발전을 장담해온 자치단체들은 자칫 세종시에 특혜가 집중되지는 않을까, 그 때문에 상대적으로 다른 지역이 상실감을 안게 되지는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지역의 경쟁력을 키워야 하는 자치단체장들의 고민도 그만큼 더 깊어질 수 밖에 없다.
지난 16일 토요일 오후, 김완주 도지사를 도청 집무실에서 만났다. 지나치게 공간이 크다는 지적을 받아온 당초의 지사 집무실을 접견실과 바꾼 지 5개월. 휴일이라 난방도 되지 않았지만 모처럼 맑게 쏟아지는 겨울 햇살이 한기를 막아주었다.
민선 4기의 임기 대부분을 새만금 사업에 쏟았던 김지사는 "세종시가 미칠 영향이 우려되긴하지만 새만금이 갖고 있는 경쟁력을 살려 추진한다면 돌파구는 있다"고 자신했다.
도지사로서 반드시 해결해야할 필생의 사업으로도 주저 없이 새만금을 위한 '공항과 항만, 철도'를 꼽았다.
그는 "공항과 항만, 그리고 철도는 지역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기본 인프라다. 이것이 없으면 '산업화의 포기'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평생의 공직생활에서 이 사업처럼 절실하게 땀과 눈물을 쏟은 적도 없다"고 덧붙였다. 김지사는 지난해 항만과 공항을 추진하면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 "공직생활 중 이처럼 풀기 어려운 사업을 접한 것은 처음이었고, 거대한 벽을 느끼기도 처음 이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로 이 사업에 대한 절박함이 커보였다.
◆ 새해 많은 정책이 쏟아졌습니다. 중점적으로 추진하는 사업은 무엇입니까.
△민생안정과 일자리 창출입니다. 실물경제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서민들의 생활은 여전히 어렵지요. 자영업자가 감소하고 있고, 영세상인은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전통시장은 정부가 지원 해주고 있지만, 이렇다할 지원책이 없는 자영업자와 영세상인은 현실적으로 느끼는 체감경기가 심각합니다.
그래서 몇가지 구체적인 지원책을 추진합니다. 저소득층 주택문제를 풀기 위해 전세자금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국민임대주택 임대보증금 지원사업으로 80억원을 투자, 한해 200가구에 대한 무이자 지원을 시행합니다. 저소득층 자활과 취업에 47억원, 위기가정 긴급구조에 46억원을 세워놓았지요.
영세가정의 맞벌이 부부를 위한 어린이 보호센터 설립이나 치료와 놀이에서 귀가까지 책임지는 새로운 개념의 치매치료책인 치매노인 돌봄센터도 지정 운영할 생각입니다.
◆ 민생안정을 말씀하시지만 역시 일자리가 가장 절실한 것 같습니다.
△물론입니다. 특히 청년실업문제는 심각합니다. 도내에서만도 매년 2만4000명에 달하는 대졸자 가운데 1만6000여이 취업을 하지 못합니다. 올해는 중견기업 100개를 유치해 청년 실업문제 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설 생각입니다. 이와 함께 올해는 사회적 일자리를 많이 창출할 계획인데, 수익성과 공익성이 결합된 모델을 발굴할 겁니다. 예를들면 학교 청소와 아파트 청소, 저소득층 도시락 배달 등 사회적 일자리를 창출하려는 것이지요.
희망 근로와 행정인턴은 일시적인데 반해 사회적 기업이나 청년창업 지원은 지속적인 일자리 확보에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 지난 민선 4기를 되돌아보아 만족스런 성과로 이어진 사업을 꼽는다면.
△기업유치지요. 성장동력 산업이 터를 잡은 것이나 새만금의 내부개발 사업을 진전시킨 것 정도를 성과로 꼽을 수 있겠군요.
올해도 새로운 것을 많이 개척하려고 합니다. 근래들어 세계적으로 도시 마케팅이 활발합니다. 우리도 도시다움을 보여줄 수 있는 사업을 구상중입니다.
최근 전북으로 이전한 대기업의 회장을 만났는데, 근로자들이 많은 월급에도 불구하고 이직률이 높다고 하더군요. 그 이유를 알아보니까 '이제 더 이상 근로자들은 일만하면서 살 수 없다'는 것이랍니다. 젋은 세대들은 문화적 삶을 추구하는데 우리 지역은 그 부분이 약하다는 것이죠. 문화 프로그램의 확대나 스포츠 문화 확산 등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 '도시를 파는'일은 매우 중요합니다. 우리 지역의 경우는 관광산업의 수익구조가 매우 취약한 편 아닌가요.
△관광산업으로 도시를 파는데 있어 전북은 매우 취약합니다. 도내에서 꼽자면 전주 한옥마을과 무주 정도가 성공했다고 할 수 있겠고, 군산이 근대문화역사 도시를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시작단계지요. 그런 점에서 새만금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래의 도시 마케팅 주요 공간이 될 겁니다.
◆ 새만금 이야기가 나왔으니 세종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새만금과 관계를 어떻게 보십니까.
△장기와 단기적인 면이 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사업규모와 개발시기가 비슷한 경쟁적 구도를 갖고 있습니다. 세종시가 17조원, 새만금이 22조원으로 대형사업들이고, 새만금이 한창 개발될 시기에 세종시도 개발됩니다. 4대강 사업은 단기에 끝나지만, 세종시 개발기간은 오는 2018년까지지요. 장기적으로는 새만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결론입니다. 국가재원 측면에서 볼 때도 경쟁적 관계로 가게 되지요. 그러나 새만금은 사업초기와 달리 국민적 공감대를 얻어가고 있는 사업이라는 점에서 다소 유리합니다. 국민적 공감대 측면에서 세종시보다 우월적 위치에 있어 장기적인 측면에서는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단기적으로는 기업유치가 문제인데, '새만금 산업단지 대 세종시 산업단지'로 귀결됩니다.
새만금 산단의 분양가는 50만원입니다. 세종시 원형지 가격이 35∼40만원선이지만, 분양가는 타시도와 비슷한 100만원이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고 있지요. 그런 면에서보면 땅값과 인프라에서 새만금은 뒤지지 않습니다.
유치업종도 다릅니다. 새만금은 '중후 장대형'인 반면 세종시는 초정밀 업종입니다. 영향이 없지는 않겠지만, 돌파구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 세종시 수정안을 정부의 지방정책이 지방균형에서 수도권 집중으로 가는 분기점으로 이란 해석도 있던데요. 지사님께서는 전주시장시절에 지방분권과 균형을 강조하시지 않았습니까.
△큰 틀에서 본다면 세종시 수정안은 확실히 '수도권 확산'이라는 우려를 갖게 합니다. 전국 시도지사 청와대 오찬 때 세종시가 지방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가 논의됐습니다. 그자리에서 새만금의 분양가격을 더 낮춰 줄 것을 요구했습니다. 세종시는 우선 수도권과 가깝다는 잇점이 있어서 새만금은 땅값을 더 낮추지 않으면 안됩니다. 군산공항 국제공항 취항이나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도 세종시와 똑같이 해달라고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 지방선거가 다가옵니다. 올 지방선거 출마에 입장표명이 늦어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입장을 정리하기에는 아직 이르다는 생각입니다. 우선 현직 도지사로서 일을 열심히 하면서 적절한 시점에 밝히겠습니다.(여러차례 계속된 질문에도 김 지사는 명쾌한 답을 유보했다.)
◆ 그렇다면 질문을 조금 바꾸겠습니다. ''만약'에 재도전하신다면 그 이유는 무엇이겠습니까.
△새만금이겠지요. 새만금은 현재 2단계 내부개발사업이 착수된 상황입니다. 이 시점에서는 새만금 사업의 기틀을 확고히 다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 기틀을 잘 마련하겠다는 것이 이유가 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새만금은 일자리 창출은 물론이고 전북 경제의 핵심입니다.
◆ 도정을 이끌어 오면서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었습니까.
△역시 공항과 항만입니다. 내 평생의 공직생활 중 이 사업처럼 절실하게 땀과 눈물을 쏟은 적도 없을겁니다. 공항과 항만은 기본적으로 지역발전에 있어 없어서는 안 될 인프라지요. 공항과 항만, 철도시설이 구축되지 않았다는 것은 그 지역의 산업화를 포기한 것에 다름 아닙니다. 필생의, 그리고 도지사의 흔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면 그것도 역시 '공항과 항만, 철도'입니다.
철도는 호남고속철도와 새만금-김천 간 철도 등으로 어느 정도 풀리고 있는데, 공항과 항만은 무척 힘들었습니다. 공항과 항만 문제가 안 풀리면 산업화나 관광은 어렵게 됩니다. 항만은 필수적 시설이며, 항공 물류수요는 더욱 늘어나기 때문이지요.
임실의 장미만해도 보십시오. 우리가 경쟁하는 국가는 네덜란드입니다. 비행기로 꽃을 운송하는 네덜란드와 배로 움직이고 있는 우리와는 경쟁자체가 되지 않지요. 기업을 만나면 물류비용이 타지역에 비해 2배 이상에 달한다고 하소연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 그래도 성과가 나타나 보람있었던 사업도 있지요.
△김지사=그것 역시 항만입니다. 새만금 신항만은 다행히 지난해 정부의 예비타당성을 통과해 국책사업에 선정됐는데, 그 과정에서 평택과 광양이 반발했습니다. 새만금 신항이 그들 지역과 경쟁 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공항은 전남 광주와 청주가 가장 반대하고 있습니다. 그들 지역은 전북을 자신들의 배후시장으로 보고 있는데, 이제 거꾸로 자신들이 전북의 배후시장이 될 처지가 된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군산공항 문제를 해결한다면 전북의 도지사로서 '그래도 일을 하고 갔다'는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대담: 김은정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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