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는 내 삶의 전환점"…2년간 준비한 공시 포기…활동보조인으로 일하며 생각의 울타리 넓혀나가
친구따라 '공시족'(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사람)이 됐다. 돈이 되는 일이면 뭐든 '장땡'이라 여겼다. 현실은 그러나 '머리 좋지 않은 놈(?)'에겐 야멸찼다. 야속했지만, 달리 뾰족한 수도 없었다.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 김종택 지원팀장(33)은 이렇게 2년 넘게 보호관찰직 9급에 매달렸다. 뚜렷한 목적은 없었다. 주위 태반이 공무원 시험에 '올인'하는 분위기였기 때문이다.
김 팀장이 '마술피리의 저주(?)'에서 풀려난 것은 신앙을 갖고부터다. 인터넷 누리집(홈페이지)에서 우연히 읽은 간증문(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고백한 글)에 감동받아 무작정 전주시 인후동 소망침례교회에 찾아간 것이다.
그는 교회 앞까지 가고도 하루 종일 문 밖에서 기다렸다. 늘 머뭇거리고 매사에 용기가 없던 삶의 태도가 거기서도 나타난 것이다. 결국 '왜 그러고 서 있냐?'는 김재근 목사(42)의 손에 이끌려 교회에 들어갔고, 지금은 일주일에 사흘은 예배당에서 잘 만큼 독실한 신자가 됐다.
김 팀장은 김 목사의 조언에 따라 2008년 여름 전북환경운동연합에서 주최한 '모악산 생태 해설사 과정'에 등록해 두 달간 도법 스님 등의 강연을 들었다. 또 밤에는 중증장애인을 돌보는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며 '생각의 울타리'를 넓혀 나갔다.
"환경운동연합에서 8개월간 생태기행과 설문조사 등을 돕고 행사 때마다 힘 쓰는 일을 하니 '자원활동가'라는 명함을 만들어줬어요. '공시족'일 때는 시민단체나 환경이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들어 있지도 않았죠."
지금도 일주일에 나흘은 밤에 활동보조인으로 일하는 김 팀장은 "장애인들의 식사와 목욕, 청소, 외출 등을 도우며 '내가 누려왔던 것들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게 아니구나' 깨달았다"며 "많은 부분을 희생하고 최소한의 것을 붙잡고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키는 대로 살았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다"고 고백했다.
자원봉사를 하고 사람들과 만나는 일이 잦아지면서 김 팀장의 성실함을 기억하고 그를 찾는 경우도 늘었다. 자연스레 자신감이 붙었고, 삶을 주도적으로 살게 됐다. '코페르니쿠스적 전환'까지는 아니어도, '좁은 세계'를 박차고 나온 것만은 틀림없었다.
김 팀장은 지난해 7월 문을 연 전주책마루어린이도서관에서 자타 공인 '119 구조대원'이다. 도서관 마스코트인 진돗개 '행복이'를 산책시키고, '녹색 에너지 교육'을 할 때 야외에서 태양열 조리기와 자전거 발전기 등을 실험하며, 고장 난 전구를 고치는 일까지 모두 그의 몫이다.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김 팀장을 그의 멘토(mentor·조언자)이자 도서관 사무국장인 김재근 목사는 '희귀 동물'이라고 표현했다.
24일 사회복지사 1급 자격증 시험을 치른 김 팀장은 최근 보육교사 자격증을 따기 위해 온라인 강의도 신청했다. 도서관 자원활동가 '누님'들이 아이들을 잘 다루는 김 팀장에게 '어린이집 원장'을 강추(강력 추천)했기 때문이다.
김 목사는 "대학을 나온 사람들이 세상이 제시하는 모범답안만 좇다 보니 경쟁에서 도태되는 것"이라며 "김 팀장은 과거와는 전혀 딴 사람이 됐다"며 '1등 신랑감'이라고 추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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