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사회팀 기자 임상훈
멀리서 친구 부부가 놀러온다. 맛의 고장 전주라며 음식에 대한 기대가 크다. 비빔밥이 유명하다던데 어느 음식점을 가면 좋냐는 질문은 반가운 인사 뒷자락에 항상 붙는 의문부호같은 말이다. 전주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번 이상 이같은 질문을 들어봤을 것이다.
그럴 때면 유명한 음식점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별 고민없이 툭 던질 수 있는 후보군들이 다양하게 널려 있기 때문이다. 이같은 답변의 근저에는 신뢰라는 것이 깔려있다. 음식의 고장 전주의 얼굴이 되는 음식점들에 대한 신뢰. 그러나 이것이 허상임을 알았을 때 실망감을 넘어 선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전주시가 최근 홈페이지에 공표한 식품위생법 위반 업소 현황을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전주음식 명인 1호가 하는 음식점부터 이름만 되면 누구나 알만한 명소들이 담합이라도 한 듯 명함을 내밀고 있다. 유통기간이 지난 음식물을 조리 목적으로 보관해 온 것이다. 직원끼리 먹으려고 놔뒀다는 변명은 더 가관이다.
음식의 고장, 맛의 고장 전주의 명성은 과거로부터 이어온 것이지만 현재를 지나 미래에 이르기까지는 지금을 살고 있는 우리들이 만들어가야 한다. 선조가 물려 준 지역의 특장점을 지금 살고 있는 이들의 얄팍한 상술로 흠집 낼 수는 없다. 이런 오명이 쌓인다면 우리 후대에 전주는 더 이상 음식의 고장이 될 수 없을 것이다. 비빔밥과 막걸리 등 전주가 원조이지만 전주를 뛰어넘으려는 다른 시군들의 노력과 이로인한 현실을 보며 유통기한 지난 식자재로 손님의 배가 아닌 자신들의 배를 채우는 업주들의 자성과 개선의 노력이 절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다시 멀리서 친구 부부가 왔을 때 별 고민없이, 자신있게 전주의 내로라하는 음식점들을 추천할 수 있기를 바라는 것은 기자의 지나친 욕심이 아닐 것이다.
/민생사회팀 기자 임상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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