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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극, 대중극 되려면 보편적인 음악극 돼야"

천년전주사랑모임 '화요시민강좌'에 초대된 유영대 예술감독

사진제공=국립창극단 노승환씨 ([email protected])

"여기가 출발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판소리는 세계에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창극은 아직 그러지 못해요. 한국에 창극이란 장르가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습니다. 길은 멀고 날은 썩 밝은 거 같진 않지만, 열심히 하겠습니다."

 

국가브랜드 공연 '청'과 우리시대의 창극 '춘향'을 만들어 낸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유영대(54·고려대 교수).

 

23일 우석대 한방문화센터에서 열린 천년전주사랑모임 '화요시민강좌'에 초대된 그는 "창극이 우리시대 관객과 함께 즐기는 대중극이 되기 위해서는 고정불변한 고전극이 아니라 근대극, 한국음악극의 특성과 가능성을 가진 보편적인 음악극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 '청'은 2006년 전주세계소리축제에서 초연한 작품입니다. 그동안 '심청'하면 교조적인 '효녀 심청'의 이미지가 강했죠. 그런 점에서 '청'은 어린 나이에 아버지를 위해 스스로 목숨을 버리면서도 삶에 대한 애착을 가진, 주체적인 인물로 그렸습니다. 전주는 귀명창이 많아 단원들이 두려워하면서도 도전하고 싶어했던 기억이 나네요."

 

'청'은 같은 해 공연한 창극 '십오세나 십육세 처녀'를 확장시킨 것. 지금까지 50회 공연에 관객 6만명을 동원하며 국립극장 60주년작으로 선정되기까지 했다.

 

물론, 난관도 있었다. 특히 북장단이나 수성반주에 익숙한 소리꾼들에게 악보나 지휘자의 지휘봉을 보며 소리를 하도록 하는 것은 어려움이 많았다. 하지만 관현악곡으로 편곡하고 화성을 넣으면서 음악은 한결 깊고 풍성해 졌다.

 

"'청'이 기존 창극과 완벽하게 대비되는 부분은 바로 음악입니다. 어떻게 보면 판소리에서 출발해 음악극 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지요. 모든 음악을 악보화했어요. 외국 관객들에게 물어보니 한결같이 한국적인 음악이 아름다우면서 이야기가 보편적 주제를 따르고 있다는 반응이었어요."

 

'청'을 통해 창극 관객의 연령층이 큰 폭으로 낮아지고 리뷰나 입소문을 내는 적극적인 관객이 많아진 것도 성과였다.

 

"일부 대사 전달이 잘 안된다, 음악이 과잉이다 라는 지적도 있지만 초보자들은 판소리는 더 못 알아듣습니다. 창극의 미덕이 판소리의 힘에서 기인한 것이라는 믿음은 그대로입니다. 창극을 보고 이게 판소리에서 왔다는데 도대체 판소리가 뭐지? 판소리에 관심을 갖게 하고 싶어요."

 

그는 "국립창극단에 와서 가장 큰 보람이 있다면 완창판소리를 살려낸 것"이라며 "창극에서도 미리 자막을 주면 판소리를 듣는 훈련이 잘 되지 않기 때문에 한 템포씩 늦게 준다"고 설명했다.

 

"우리시대 창극은 동시대 사람들의 취향을 반영하며 관객과 호흡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럴러면 뮤지컬보다 더 진정성이 있어야겠지요."

 

전통창극이 지니고 있는 역사성과 지역성에 현대적 보편성을 더하는 작업. 그는 우리시대 창극을 계속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외국의 명작을 창극으로 번안하는 작업도 필요한 만큼, 브레이트의 대표작 '억척어멈과 그 자식들'과 '패왕별희'도 창극으로 만들어 볼 생각이다. 고리타분하다고 여겨지는 우리 고전이 현대에 와서 어떻게 호흡하는 지 보여주고 싶다.

 

남원이 고향인 유감독은 우석대 교수를 거쳐 현재 고려대 교수, 서울시 문화재 위원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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