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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애의 식탁 위의 수다] (23)소울 푸드(SOUL FOOD)

정성 담긴 손맛이 최고의 음식 비결

 

음식 하는 사람들이 많이 받는 질문 중 하나는 "요즘 뭐가 맛있어요?"이다.

 

필자는 늘 '집에서 먹는 밥과 김치'라고 답한다. 이 말에 사람들의 반응은 두 가지로 나뉜다.

 

싱거운 표정으로 더 이상 말을 잇지 않는 사람과 왜 안 알려주느냐는 표정으로 "진짜 뭐가 맛있냐"며 되묻는 사람으로 나뉜다.

 

그러나 다른 집과 별반 다르지 않게 콩과 현미를 섞어 압력 밥솥에 지은 밥과 지난해 12월에 담아 시어진 김장 김치지만 우리 집 밥과 김치가 제일 맛있는 것은 사실이다.

 

겉으로 봐서는 다른 집의 밥, 김치와 다를 바 없지만 그 속을 보면 확연히 다르다.

 

밥에 들어간 콩, 현미, 백미는 모두 게으른(?) 농부 탓에 어쩔 수없이 무농약으로 키운 것이며, 배추 역시 더 게으른 농부의 아내가 텃밭에서 키운 것이라 모양새는 기술 좋은 농사꾼이 만들어낸 성형(?) 배추와는 달리 쳐다보기 힘들 정도로 못생겼다. 그래도 지난 겨울 내내 땅에 묻어둔 항아리 안에서 잘 숙성돼 시원한 김장 김치다.

 

그러나 여기서 끝이 아니다.

 

필자는 무농약이라 홍보하는 식재료의 우수성보다 더 중요한 것을 말하고 싶다. 보이지는 않지만 음식에 고스란히 스며든 '사람의 기운'이다.

 

유기농, 무농약, 친환경 등 최상의 식재료도 중요하지만 음식을 만드는 사람의 마음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요리 하는 사람의 정신이 손끝을 통해 음식으로 전해지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좋은 식재료의 선택과 그 식재료로 만든 음식을 세 치의 혀로 느끼기까지는 누구나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음식은 보이지 않는 요리사의 기운이 어떻게 더해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한 집안에서 엄마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라면, 내 마음이 손끝을 타고 음식에 전해져 가족들의 가슴으로 전달된다는 것을 알아야한다.

 

나물 하나를 무쳐도 손으로 전해진 엄마의 마음이 바로 '손맛'이다.

 

필자도 화를 품고 요리한 음식은 그 화가 그대로 음식에 나타나고, 정과 사랑을 품고 요리를 하면 결과적으로 맛이 없어도 약이 되는 음식을 만든 셈이다.

 

우리의 육체를 살찌우는 것은 최상품의 식재료다.

 

우리의 정신을 맑고, 바르게 하는 것은 바로 음식에 고스란히 스며든 요리사의 기운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먹을 때도 만든 사람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이게 바로 영혼의 음식인 "소울푸드(soul food) 정신"이다.

 

필자가 먹는 소박한 밥과 김치는 일부러 게으른 척 한 농부와 농부의 뜻을 잘 이해한 아내가 만들어낸 못난이 식재료에 행복한 마음을 담아 만든 소울푸드 작품이다.

 

소울푸드를 얘기할 때마다 예로 드는 문구를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독일의 철학자 포이어바하(Feuerbach, 1804~1872)가 말한 "음식이 바로 당신입니다"이다. 음식의 중요성을 언급하면서 음식과 사람의 관계를 밝히려 했다.

 

이 글귀를 알고부터 '어떠한 음식을 좋아하세요?'라는 질문에 쉽게 답을 할 수가 없을 것이다. 식탁에서 젓가락이 어디로 향해야 할 지 고민하게 될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무엇인지, 엄마로서 우리 아이에게 어떠한 요리를 많이 해주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 하나는 경남대 김종덕 교수는 "음식의 선택이 갖는 결과에 차이가 있어 음식에 대한 선택은 투표 행위와 같다"라고 말했다.

 

투표권은 대부분 엄마들이 가족들을 대표해 갖고 있다.

 

시장에서 식재료와 식품을 선택하기 전에 한 번만 생각해보자.

 

결과적으로 가족 모두의 육체와 정신의 건강 문제가 달려 있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들에게 소울푸드를 만들어줄 소중한 손으로 생각없이 투표하지 말자.

 

/송영애(푸드코디네이터·전주기전대 출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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