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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의 동양평화론은 유엔에 앞선 구상"

안중근 의사의 동양평화론은 독일 철학자 칸트의 사상과 유사하지만 진일보한 것으로, 현 유엔이나 유럽연합(EU)에 가까운 구상이라는 주장이 일본 학자에 의해 제기됐다.

 

사사가와 노리가쓰(笹川紀勝) 일본 메이지(明治)대 교수는 24일 백범기념관에서 열린 안중근 의사 순국 100주년 국제학술회의에서 발표한 '안중근의 재판-안중근과 칸트의 사상 비교연구' 논문을 통해 안 의사와 칸트의 사상을 법학적 관점에서 비교했다.

 

사사가와 교수는 안 의사가 유교와 기독교(가톨릭)의 영향을 동시에 받아 대한제국 황제에 대해 충성을 부정하지 않으면서도 당시 가톨릭교도들처럼 부정한 명령에는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는 군주제를 수립하면서도 국민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하려 했던 칸트의 국가론과 유사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안 의사는 자서전에서 "국가는 소수 고관들의 국가가 아니라 당당히 2천만 민족의 국가"라고 지적하고, 이를 지키려고 의병에 참가해 의병 참모중장이 됐다는 점을 밝혔다.

 

특히, 안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伊藤博文)를 저격한 핵심 동기는 동양평화에 있었으며, 이 동양평화론은 칸트의 '평화연맹'과 유사하면서도 그 구상을 넘어선 수준이라고 사사가와 교수는 해석했다.

 

안 의사는 자신을 신문하던 검찰관이 '동양평화'가 무엇인지에 대해 묻자 "아시아 각국이 모두 자주적으로 독립하는 것이 동양평화"라고 답했으며, 뤼순(旅順) 고등법원장에게는 뤼순을 기반으로 한 '평화회의'를 조직하자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안 의사의 '평화회의' 구상은 뤼순을 한ㆍ중ㆍ일 3국의 군항으로 하고, 이곳에 '평화회의'를 조직하자는 것으로, '평화회의'가 공동화폐를 주조하고 공동의 군단(軍團)을 구성해 영구한 평화와 행복을 얻자는 게 골자다.

 

이는 조약으로 '평화연맹'을 창설, 전쟁을 방지하자고 주장하면서도 명확하게 '세계정부'를 추구하지는 않은 칸트의 사상과 비교될 수 있다.

 

하지만, 안 의사의 '평화회의'는 군사ㆍ재정적 권력이 주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오늘날의 EU와 가까운 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사가와 교수는 이 구상이 유엔보다 10년 앞선 발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칸트는 폭군에 대한 '혁명'이나 '저항'을 인정하지 않고, 점진적인 개혁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이토를 저격한 안 의사와 비교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사사가와 교수는 안 의사에게 이토는 자국의 '폭군'이 아니라 침략국의 '참주'였고, 외적의 침입에 대한 전쟁은 칸트도 인정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사사가와 교수는 "안중근이 아시아에 대한 서양의 침략에 대해 저항한 것을 평화론으로 논의한 의의도 있다"며 이런 모습은 20세기 후반의 탈 식민지 논의에 선행하는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다.

 

한편, 이날 학술대회에서는 일본의 관동도독부 지방법원에서 진행된 안중근에 대한 재판이 사법관할상이나 심리과정상 합법적이지 않았다는 린지안(林堅) 중국 인민대 교수와 두원중(杜文忠) 중국 서남민족대 교수, 박정원 국민대 교수의 주장도 발표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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